
보건의료 마이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민관이 참여하는 표준화 전담기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료기관 간 상호운용성을 높여야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환자 건강 증진을 달성할 수 있어서다. 데이터 표준을 도입한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표준화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보건의료분야 마이데이터 활성화 쟁점·사례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금융, 공공 분야에 비해 생태계 조성이 더딘 보건의료 마이데이터 현황과 시사점을 살펴봤다.
보고서는 국내에서 의료기관마다 서로 다른 형식의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어 통합과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진단했다. 표준화된 의료데이터가 없으니 환자 병력과 진료 확인이 쉽지 않고, 의료기관별 중복 검사와 불필요한 치료까지 발생했다.
이에 비해 영국과 에스토니아 등은 보건의료 마이데이터 활용 우수사례로 꼽힌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애플리케이션(앱)은 처방전 요청, 진료 예약, 의료기록 조회 등 서비스를 제공하며 12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영국 정부 주도의 헬스케어 데이터 전략 마련과 팬데믹 대응을 위한 디지털 백신 여권·의료 데이터 연계 시스템 개발이 주효했다.
에스토니아 디지털 정부 마이데이터는 900개 이상 기관·기업이 참여하며 처방전의 디지털화, 의료기록 실시간 활용 등을 이끌어냈다. 현지 응급의료 대응시간이 약 30% 단축됐다.
보고서는 국내 보건의료 마이데이터 활성화 방안으로 국제 표준과 연계한 의료용어·기준 체계 도입을 들었다. 35만개 이상의 임상 개념을 계층적으로 분류한 국제 표준 '스노메드-CT'와 전자의무기록(EMR)의 연동 의무화를 상급종합병원부터 요양병원·의원에 단계별로 적용해 상호운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준화가 가속화될 경우 진료오류율이 30% 이상 감소하고 연간 2000억원이 넘는 시스템 통합비용 절감을 기대했다.
보건의료데이터 표준화 전담기관과 민관 협력 의사결정 구조 수립도 화두에 올랐다. 표준 개발, 품질관리, 교육을 담당하는 전담기관은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출자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 재정 부담을 완화하면서 민간 사업 운영 노하우를 활용하는 장점이 있다.
병원, 산업계, 연구계가 참여하는 데이터표준 통합협의회를 매달 개최하고, 표준 준수 우수기관에 전자건강기록(EHR) 예산을 추가 지원하는 인센티브 체계도 제시했다. 보고서는 “체계적인 거버넌스 구축으로 2027년까지 데이터 상호운용성을 85% 수준으로 향상하고, 표준화 비용을 기존 대비 40% 절감할 것”으로 기대했다.
개인정보 보호 강화와 사회적 인식 제고도 숙제로 남았다. 보고서는 민감정보 처리 허가제와 암호화·분산식 적용 기술 도입을 제안했고, 시민이 데이터 활용 주권을 갖는 마이데이터의 나이별 교육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