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분기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상장기업들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지만 수익성 개선에는 실패했다. 고정비 부담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보험 수가 적용 지연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루닛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92억3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73.6% 증가했다. 이 중 해외 매출은 179억3700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93%를 차지했다. 그러나 영업손실은 206억1345만원, 당기순손실은 113억1092만원으로 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등 글로벌 수출이 실적 증가에 기여했지만, 20억원의 환자 데이터 구입 비용과 늘어난 인건비가 매출을 상회하고 있다.
사업부 모두 외형을 키우는 중이며 현재 보유한 524억원의 현금으로 내년 2분기까지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루닛은 “올해 운영자금 목적의 유상증자는 하지 않을 것을 명백히 밝힌다”라며 “회사 운영을 위한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운영자금 목적의 유증은 계획에 없다”고 밝혔다. 서서히 체급이 높아지고 있지만 모멘텀이 필요하단 평가를 받는다.
뷰노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7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34억원, 당기순손실은 26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딥카스' 적용 병상 수는 전국적으로 4만8000개를 돌파했다. 일본·사우디 진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고정비 부담과 마케팅비 상승이 수익성에 타격을 줬다.
신민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딥카스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은 3분기로 지연되고, 소폭의 매출액이 4분기부터 발생할 전망”이라며 “여전히 주가 분위기를 바꿀 모멘텀은 분기 BEP와 미국 FDA 인증 획득”이라고 분석했다.
제이엘케이는 1분기 매출 4억8471만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56%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32억 6568만원, 당기순손실은 31억3780만원을 기록했다. 제이엘케이의 AI 솔루션이 FDA 인허가를 지속 획득했으나 해외에서 유의미한 수익 확대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딥노이드는 1분기 매출 9억6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했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35억원으로,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산업용 AI, 의료 AI 확장으로 매출은 커졌지만 매출 원가 상승, 인건비와 연구개발비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코어라인소프트는 1분기 매출 8억7386만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2.6%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36억9925만원, 당기순손실은 39억5031만원으로 수익성 확보에 실패했다.
의료 AI 기업들은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수익성 확보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고정비 부담, R&D 투자 확대, 보험 수가 적용 지연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인 수익 창출이 중요해지고 있다”라며 “특히 해외 시장 안착등이 업종 내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 것이고, 향후 현금흐름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의료 AI 기업의 생존을 가를 분기점”이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