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사극과 같은 도전감이 드는 작품이었다. 촬영하는 내내 행복했고, 연기의 재미와 어려움을 더욱 느끼게 됐다” 배우 조보아가 13년만의 사극 '탄금'과 함께, 새로운 감정들을 향한 도전의지를 드러냈다.
최근 서울 모처에서 넷플릭스 '탄금' 주연으로 활약한 배우 조보아와 만났다.
'탄금'은 12년간 실종됐다가 돌아온 대상단의 후계자 홍랑(이재욱 분)과 그의 실체를 의심하는 이복누이 재이(조보아 분)를 중심으로 각자의 비밀과 계획을 품은 '무진'(정가람 분), '민연의'(엄지원 분), '심열국'(박병은 분) 등 주요 인물들의 서사가 얽혀진 미스터리 멜로 사극이다.

조보아는 극 중 재이로 분했다. 실종된 이복동생을 향한 12년간의 그리움과 죄책감 속에서 낯선 모습으로 다가온 홍랑을 의심하는 초반부 서사와 함께, 거듭된 의심 속에서 그를 향한 동병상련과 애정이 싹트게 되는 후반부까지 복잡미묘한 감정선들을 몰입감있게 표현했다. 또한 특유의 멜로로맨스 매력 이면에 사극적 요소와 스릴러 감각이 복잡하게 얽힌 극의 흐름들을 섬세하게 소화해내면서 시청자들을 새롭게 매료시켰다.
-오랜만에 작품으로 돌아온 소감?
▲2년 만에 작품으로 컴백하게 되어 걱정도 크고 설렘도 있다. TV 속 제 모습은 늘 어색하고 새롭다. 반응을 조금씩 찾아보고, 관계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탄금' 출연 계기? '재이' 캐릭터의 설정은 어떻게 했나?
▲이 작품 자체가 스토리의 힘이 탄탄하다고 생각했다. 제3자 입장에서 신나게 읽고 재이 입장에서 대본을 다시 보는데, 동생에 대한 우애와 사랑 이야기가 크게 와닿았다. 또한 스릴러 느낌의 함평대군 스토리가 재밌게 다가왔다.
출연 결정 이후 재이 캐릭터는 원작보다는 좀 부드럽게 다가가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대본상에 없었던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로 손목을 누르며 참는 설정 등 다양한 포인트와 함께, 조금은 다르게 표현했다.

-오랜만의 사극, 특별히 신경쓴 포인트?
▲10여 년 전 '마의' 이후로 사극은 조심스럽게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웃음). 이후 '이 연애는 불가항력', '구미호뎐' 등을 통해 사극컬러를 조금씩 접근하면서 매력을 새롭게 느꼈다. 조금 더 성장하고 깊이가 생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탄금'에서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공간을 배경으로 한복 착장과 함께 당대의 연기를 하면서 사극의 몰입감을 새롭게 느꼈다.
-'탄금' 속 인상에 남은 장면?
▲특정장면보다 전반적인 흐름과 함께,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전 세계 분들이 느껴주실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아직 체감은 이르지만, 관계자분들이 오셔서 긍정적으로 말씀해주셔서 기분 좋았다.
장거리 촬영이동과 함께 준비과정상 어려웠던 수중 신과 함께 지붕 신이 기억에 남는다. 수중신 당시는 날이 춥고 외로울 수 있었음에도, 감독님이나 스태프, 동료배우들이 함께 물에 들어가서 분위기를 조성해줘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지붕 신은 홍랑을 그리는 안정적인 공간이라는 생각과 함께, 개인적으로 고소공포증 같은 것들이 없어서 그냥 올라가고 싶었는데 안전상의 이유로 하네스와 와이어를 달고 했다.

-극 중 남장 연기를 선보였는데, 소회는?
▲가볍게 보이면 안 될 것 같아서, 목소리를 바꾸거나 수염 붙일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가자는 의견과 함께 의상 측면에 무게를 뒀다. 여성 한복에 비해 빠르게 끝나기도 하고, 입을 것도 좀 더 적어서 신나게 날아다녔다(웃음).
-극 중 홍랑에 대한 인식변화에 따라 밸런스 조절이 필요했을텐데, 어떻게 접근했나?
▲어린 시절에는 오누이의 절절한 우애에 집중했다면, 성인 시점에서는 의심과 연민, 동병상련 등과 함께 사랑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충실하게 접근하자고 생각했다. 우물에서 동생의 시신을 찾게 되는 장면이나 갈대밭을 배경으로 걸어가는 장면, 휘수와 문을 사이에 두고 '진짜든 아니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 등 인상깊은 장면들과 함께 캐릭터의 감성에 잘 몰입하려고 노력했다.

-이재욱, 정가람 배우와의 케미는?
▲우선 (이)재욱 배우는 동생이기도 하고, 편안하게 잘 다가와 줘서 좀 더 촬영하기가 수월했다. 초반 대립 때는 날카롭게 보였다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며 멜로로 들어설 때는 눈빛이 온순하고 지켜주고 싶은 모습으로 변해있더라.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구나 싶었다.
(정)가람 배우 역시 눈빛에서 슬프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물론 홍랑에서 홍랑으로 끝나는 재이의 서사 속에서 감정캐치를 하는 부분들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에 많은 힘을 받았다.
-전반적인 현장분위기는?
▲아직도 낯설게 느껴지는 촬영현장이지만, 선후배들의 도움에 재밌게 접근할 수 있었다.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인 박병은 선배(심열국 역), 재이에게 가학적인 연기를 해야하는 민연의 역의 엄지원 선배 등 모두가 다정하게 대해주셨다.

-'탄금'이 지닌 메시지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원치 않은 상태로 동생과 만나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고, 부모가 몰락하는 등 각각의 깊은 서사들과 함께 인간탐욕에 대한 메시지를 짙게 표출한다고 생각한다.
-몰입단계가 긴 '탄금', 끝까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재이와 홍랑의 관계성으로 시작, 가면 갈수록 기이하고 폭발적인 것들이 있다. 홍랑을 비롯한 아이들이 사라진 이유로 시작해서, 함평대군의 비밀까지 끝까지 봐주시면 후회하지 않으실 듯하다.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
▲최근 넷플릭스 '비하인드 허 아이즈'와 같은 스릴러를 좋아한다. 좀 더 스릴러적인 부분에서 밀도가 진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 영화 '가시' 속 영은 캐릭터와 같은 애틋한 파격감의 캐릭터를 비롯, 감정을 토로하듯 하는 강렬한 캐릭터들을 해보고 싶다. '넉오프'에 대한 기대도 크다. 대본도 좋고, 촬영도 재미있게 했다. 좋은 에너지의 작품이니만큼 언젠가는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