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의 패러다임디자인]〈6〉대한민국 5년, 운명이 바뀐다

앞으로 5년, 대한민국의 운명은 갈림길에 서게 된다. 기술 경쟁의 승자가 되느냐, 패자가 되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바뀔 것이다.

미·중 패권 전쟁의 핵심은 '기술 전쟁'이다. 기술력은 경제력을, 경제력은 국부의 크기를 결정짓는다. 결국 기술은 세계 질서의 재편을 가져올 것이다.

역사도 이를 증명한다. 네덜란드는 갤리선이라는 선박 기술과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를 만들었다. 동인도회사를 앞세워, 경상남북도만한 국토로 세계 1위 국가가 됐다.

영국은 증기기관을 통해 산업혁명을 이루었고, 스페인과의 해전에서는 주철 대포로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찔렀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은 그렇게 시작됐다.

20세기 미국은 맨해튼 프로젝트로 원자탄을 만들고, 아폴로 프로젝트를 통해 달나라로 향했다. 전대미문의 미국을 만들어 냈다. 오늘날 GPS, 인터넷, 컴퓨터 등도 나사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것이다. 기술력이 곧 미국의 힘이었다.

오늘의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반도체와 배터리가 있어 세계가 한국을 인정한다.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없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겠는가? 기술은 경제의 문제이자 안보의 문제이며, 곧 우리의 생존 문제다. 절박하게 인식해야 한다. 세계가 어떻게 기술 굴기를 일궈왔는지를 배워야 한다.

첫째, 미국은 MIT 같은 세계적 대학이 있다. 연구개발(R&D)의 50% 이상을 국방비에 투입해 강력한 군사 대국을 만든다. 군사 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한다. 이런 선순환이 인터넷과 컴퓨터 같은 핵심 기술을 낳았다. 또, 기술과 금융이 만나는 첨단 금융 시스템과 나스닥이라는 자본시장이 있다. 전 세계 인재와 자본이 미국으로 몰려드는 이유다.

둘째, 중국은 국가와 자본이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택한다. 중국 역시 칭화대를 비롯해 세계적인 대학이 있다. 미국에서 유학한 인재들도 중국으로 돌아간다. 충분한 보상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는 다른 흐름이다.

한국은 해외 유학생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이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중국은 무한 경쟁을 통해 특정 분야에서 최강 기업을 선별해 집중 지원한다. 규제도 없다. 자본과 기술을 집약시켜 발전시킨다. 우리는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었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대한민국의 주요한 몇 곳이 시범지역이 되어야 한다.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개선된다면, 금강산 같은 곳을 세계적인 기술 실험구역으로 삼아 한미일이 협력하는 샌드박스를 조성해볼 수도 있다. 유발 하라리의 '북한에서 자율주행이 가장 먼저 이루어질지 모른다'는 글을 보면서 생각해 봤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다음은 대한민국의 R&D 혁신이다. 국가 R&D 예산은 연간 약 30조원. 삼성도 R&D에 30조원을 쓴다. 국가와 민간 전체는 100조원 규모다.

하지만 한국의 국가 R&D는 5만개 과제로 나뉘어 있다. 성공률은 약 98.7%다. OECD 평균 R&D 성공률은 약 40%다. 중국조차 40% 성공률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우리는 '실패 없는 R&D'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혁신을 가로막는다.

모험에 투자해야 한다. 세계적 대학, 학자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민간과 공공이 함께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 논문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술로 실현되는 R&D 시스템이 필요하다.

인센티브도 중요하다. 중국에서 딥시크를 개발한 청년의 자산은 18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IMF 당시, 한국도 그랬다. 정보기술(IT) 테스트베드 전략과 코스닥 열풍 속에 벤처기업과 젊은이들이 몰려들었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과소비와 투기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젊은이와 자본이 몰렸기에 IMF를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수한 이공계 인재가 산업현장으로 향하게 해야 한다. 부동산 중심의 보조금 경제가 아니라, 기술 중심의 투자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기술과 도전으로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년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우리가 당신에게 무엇을 해주겠다”는 말보다,“실패해도 괜찮다. 당신의 기술은 대한민국의 자산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망하더라도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고, 실패조차 경력으로 인정되는 나라. 기술이 이어지고 진화하는 나라. 그 믿음 속에 기술 굴기는 시작된다. 시간이 없다. AI는 이미 제조, 금융, 무기까지 전 분야를 바꾸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광속으로 달려가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의 대도전이 시작돼야 한다.

이광재 PD(전 국회사무총장)
이광재 PD(전 국회사무총장)

이광재 PD(전 국회사무총장) yeskjwj@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