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권의 에듀포인트]〈45〉지역 우수대학으로 지역소멸을 막는다면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지역 소멸이 사회 이슈로 등장한지 오래다. 최근 대통령 선거 후보들도 앞다퉈 지역 소멸 대책을 내놓는다.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이 제시되지만, 이 중 한 축이 교육환경이다. 특히 대학이다.

'벚꽃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 이 말은 꽤 오래 전부터 얘기돼 이제는 모두가 알만한 이야기다. 실제 대학은 마냥 흘려 들을 수만은 없는 얘기가 됐다. 지역을 살리기 위해 지역 내 우수 대학을 유치해야 하거나,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지역 내 대학을 우수 대학으로 육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 지역거점국립대인 부산대, 전남대, 경북대는 서울의 왠만한 중위권 대학보다 높은 성적을 받아야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상황은 아니다.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보다도 입결(입시결과)이 밀린다.

정말로 지방에 우수 대학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정부는 지역 대학을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글로컬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총 20개를 선정했다. 앞으로 10개를 더 선정할 계획이다. 글로컬대학에 선정되면 해당 대학은 정부로부터 5년간 약 1000억원의 재정 지원을 받는다. 규제혁신도 우선 적용한다.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지원받는 예산 상당수는 학교간 통합에 활용된다. 정부가 글로컬대학을 선정할 당시부터, 대학간 통합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학 수를 줄이기 위해 글로컬대학을 선정한다는 말도 있다. 학령인구가 줄어든 상황에서 국내 대학 수가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긴 하다. 그러나 대학간 통합만이 대학 경쟁력을 높여주지는 않는다.

재정지원을 세계적인 특화대학으로 성장하도록 집중해 지원하는 것은 어떨까. 네덜란드에 와게닝겐대가 있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할지 모르나, 네덜란드 생명과학도시 와게닝겐에 위치한 공립대학이다. 이 대학은 식품농업분야에서 세계적 명문대학인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등을 제치고 세계 1위 대학으로 인정 받는다. 네덜란드 내에서도 수도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암스테르담대를 제치고 전체 대학 순위 1위를 기록한다.

[신혜권의 에듀포인트]〈45〉지역 우수대학으로 지역소멸을 막는다면

글로컬대학 지원을 대학간 통합으로 더 큰 규모의 대학을 만드는 것만이 아닌, 지역과 연계된 특화 분야의 세계적 대학으로 육성하는데 초점을 맞추면 어떨까 싶다. 우리나라 지방의 대학을 보면, 국립이든, 사립이든 대부분 종합대학이다. 어느 대학을 가든 존재하는 학과가 있다. 그 지역과 연계해 세계적인, 아니 적어도 국내에서는 최고인 학과를 보유한 대학은 보기 힘들다.

조선소 근처의 조선해양공학과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보다 더 우수한 학생이 들어오는 세계적 학과가 돼야한다. 농산물이 많이 재배되는 지역 대학의 농업 관련 학과, 관광지로 유명한 지역 대학의 관광관련 학과 등이 최고 우수학과가 된다면, 지역별 우수 대학이 국내 최고 학과를 보유한다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은 틀린 것이 될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소프트웨어(SW)중심대학 지원 사업도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지원으로는 세계 수준의 SW학과를 육성하는데 한계가 있다. 선택과 집중이다. 지금처럼 굳이 50여개 이르는 대학을 지원할 필요가 있을까. 최고의 우수 SW학과로 성장할 대학을 선정, 그 대학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그 대학으로 우수 인력이 모이고, 배출되게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오늘날 어디에서 살든, 교육이 사는 지역을 결정하는데 꽤 중요한 이슈다. 우수 대학이 지역에 있으면, 당연히 그 지역에 우수 중·고등학교도 생기고, 사교육을 포함한 교육 인프라도 좋아질 것이다. 당연히 학생들이 몰리고, 학생들이 몰린다는 것은 가족이 온다는 것이고, 그러면 지역 인구가 늘어나게 된다. 대학 지원이 지역 소멸을 막을 수 있는 방안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