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예술 도장 로켓'이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다.
중국의 민간 우주기업 란젠항톈(LandSpace)과 세계적 팝아트 작가 잭키 차이(Jacky Tsai)가 협업한 ZQ-2E Y2(주작 2호 개량형 Y2)가 최근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며,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허문 세계 최초의 프로젝트가 실현됐다.
무엇보다 이 로켓은 전면에 예술 도장을 입힌 최초의 발사체로, 단순한 로고나 장식 수준을 넘어 50m에 달하는 로켓 전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구현됐다. 특히 도장의 주제는 중국 고대 신화 '항아(嫦娥) 분월'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화려한 색채와 현대적인 그래픽으로 재해석된 항아와 월궁, 비천 등의 상징이 로켓 표면을 가득 메웠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발사를 넘어, 예술과 우주가 만나는 새로운 인류적 상상력의 현장이었다. 언젠가 예술이 화성에 전시되고, 조각이 우주정거장 벽을 채우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 첫 발걸음을 잭키 차이가 디뎠다.
잭키 차이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예술이 단지 갤러리와 도시를 넘어 진짜 우주로 나아간 순간이었다"고 밝히며, 자신의 작품이 카르만 라인(100km)을 넘어 실질적인 우주 공간에 진입한 것은 "예술가로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라고 전했다. 이번 작업은 단순한 도안 수준을 넘어 우주 환경을 견디는 특수 도료와 공정 기술이 요구되는 고난도 협업이었다. 잭키 차이는 우주공학자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고온·고압의 발사 환경에서도 색이 번지거나 벗겨지지 않는 특수 페인팅을 구현했다. ZQ-2E Y2 로켓은 현재까지 민간기업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액체산소-메탄 로켓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 예술 도장 발사는 예술뿐 아니라 기술적 성과로도 우주항공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반응이다.
1단 추진체와 일부 외장 파편은 지구로 회수돼, 향후 우주예술 프로젝트의 실물 증거로 전시될 계획이다. 이는 우주를 다녀온 '예술 조각'으로서 미술사적·기술사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 사료로 남게 된다. 예술계에서는 이번 성과를 두고, "우주 미술(space art)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기존까지는 위성에 아트워크를 태우거나 상징적 오브제를 우주로 보내는 방식이 주류였지만, 발사체 전체를 '회화의 캔버스'로 삼은 사례는 세계적으로 처음이기 때문이다.
잭키 차이의 작업은 팝아트와 동양 신화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이미지로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아왔으며, 이번 로켓 아트 또한 중국 문화의 정수를 시각언어로 재구성한 도전이었다. 그가 구현한 '항아'는 단지 신화를 묘사한 것이 아니라, 우주를 향한 인간의 집단적 상상과 감정을 투영한 예술적 메타포로 작동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눈에 띄는 시도를 넘어, 예술과 기술, 신화와 미래, 지구와 우주를 잇는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나아가 예술이 '지상'을 넘어 '궤도 미학(orbital aesthetics)'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확장될 가능성을 제시한 순간인 셈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이금준 기자 (auru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