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플랫폼이 협력사의 배달 수락률에 따라 관리 수수료를 지급하는 계약이 확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악의 경우 관리 수수료를 주지 않거나 주문 배제까지 하는 계약임에도 협력사들은 주문 건수가 많아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2일 본지가 입수한 배달플랫폼 협력사 업무위탁 계약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협력사에게 물량 수행률과 배차 수락률을 기준으로 배달 건당 관리수수료를 차등지급하고 있다.
협력사는 지역 내 라이더 5~6명을 담당하는 사업체를 말한다. 배달플랫폼들은 협력사를 통해 상당한 물류량을 충당하고 있다. 플랫폼은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 수수료와 별도로, 배달 성과에 따라 협력사들에게 라이더 관리 비용을 지불한다. 기준에 미달하면 관리 수수료를 아예 지급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협력사는 수행률이 떨어져도 라이더에 대한 산재·고용 보험의 사업자 부담금 등을 납부해야해 고정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배달플랫폼은 계약 이행률에 따라 계약서대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SLA(Service Level Agreement) 조항에 따라 건당 최대 600원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으며, 점수가 일정 점수 미만일 경우 건당 수수료는 '0원'이다. 배차 수락률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할 경우 전체 점수는 0점으로 처리돼, 일한 만큼의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는 구조다. 최근에는 일정 수준에 미달할 경우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조건까지 추가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SLA 조건 달성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컨대 중학교나 고등학교 주변에서 활동하는 협력사의 경우 점심 주문 물량이 타 지역에 비해 적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의 추천 배차는 음식점과 가까운 라이더에게 콜을 주기 때문에 주문이 없어도 음식점 주변을 배회해야 한다”며 “또, 너무 멀리 있어도 수락률을 맞출 수 없으니 무리하게라도 수행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계약서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6호에 명시된 '거래상 지위의 남용'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시행령 제52조에 포함된 '차별적 취급' 조항도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정영석 법무법인 화평 변호사는 “일정 점수 이하 협력사에게 수수료 자체를 주지 않는 조항은 공정거래법 상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판매 목표 강제 및 불이익 제공'에 해당할 여지가 상당하다”며 “이전 엘지파워콤의 경우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대리점을 무단으로 해지하고 불이익을 줘 공정거래법 위반 판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협력사들은 플랫폼을 통해 들어오는 주문 건수가 많아 이 같은 계약서에 사인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 밝혔다.
플랫폼 측은 SLA가 주문 수락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며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SLA 조항은 '업계상 관행'이며 업계 내 가장 낮은 수준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라 덧붙였다.
배달플랫폼 관계자는 “수락률이 낮아질 경우 고객 배달 품질에 악영향을 주고, 체리피킹 라이더로 인해 일반 라이더가 피해를 보기 때문에 체결하는 배달 업계의 일반적 계약 형태”라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