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연이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연구팀이 심장초음파 영상만으로 좌심실비대를 정확히 진단하고, 원인 질환까지 구분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기존 진단의 한계를 극복하고, 조기 진단과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좌심실비대는 심장의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고혈압성 심장병, 비후성 심근병증, 심장 아밀로이드증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이들 질환은 치료법과 예후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는 심장초음파 검사만으로 원인을 구분하는 데 한계가 있어, MRI 등 고비용 정밀검사가 추가로 필요했다. 이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고 치료 시기를 놓쳐 심부전이나 돌연사와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윤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장초음파 영상에서 1만9839개의 심근 특징 정보를 추출해 AI 모델에 학습시켰다. 이 모델은 좌심실비대의 여부는 물론 주요 원인인 △고혈압성 심장병 △비후성 심근병증 △심장 아밀로이드증을 구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외부 병원에서 수집한 독립 검증 데이터로 AI 성능을 평가한 결과, 비후성 심근병증은 96%, 심장 아밀로이드증은 89%, 고혈압성 심장병은 83%의 높은 진단 정확도를 기록했다. 고혈압성 심장병의 진단 민감도는 기존 방식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고, 비후성 심근병증의 F1 점수는 0.87까지 향상됐다.
AI 모델은 분석 과정에서 진단 근거로 삼은 영상 부위를 시각적으로 제시해, 의료진이 그 근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윤연이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좌심실비대의 원인 규명이 지연되면서, 치료 기회를 놓치거나 나쁜 예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존 진단의 한계를 극복하고, 1차 검사인 심장초음파 단계에서 원인 질환을 보다 빠르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진단이 어려운 파브리병, 다논병 등의 희귀질환이나 운동선수에게서 나타나는 생리적 좌심실비대의 감별을 돕는 AI 모델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 학술지 Circulation: Cardiovascular Imaging에 게재됐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