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대통령에게 바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1대 대선에서 승리했다. 천신만고란 말이 부족할 정도로 그의 정치 역정은 고난과 역경, 극복 그 자체였다. 그리고 마침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대한민국을 이끌게 됐다.

4일부터 군통수권자이자, 행정수반으로서 바로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그의 앞에, 지금까지 거쳐온 정치적 난관만큼이나 어려운 숙제들이 끝도없이 놓였다. 어쩌면 유권자들은 그의 정치적 난관 극복 스토리를 보고 들으며, 대한민국의 현 복합난제를 풀어갈 책임자로서 그를 선택한 것이다.

그는 후보 시절, 아니 그 이전인 제1야당 대표 때부터 집권하면 국민통합과 경제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 약속해왔다. 이제, 그 일이 손에 들려졌다. 최우선으로 극단적인 찬·반으로 갈려 쪼개진 민심과 역량을 한곳으로 모아야 한다. 한 곳에 다 모으진 못해도, 하나의 방향으로 흐를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우리 경제는 위기에 직면했다. 산업과 경제 곳곳이 위험신호를 넘어 무너지기 직전이다. 언제 싱크홀처럼 구멍이 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 한때 2% 성장률이 위기라고 했던 것에서 이제 0%대 성장률에 직면해 있다. 미국과 중국, 한쪽도 우리와 평탄하지 못하다. 대국 사이에 낀 지리적 운명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낙인처럼 굳어질 가능성까지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같은 큰 줄기 난제를 '실사구시'와 '백묘흑묘'의 실용적 해법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국민 또한 어느 날 뚝딱하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다. 하나하나 대통령이 해법을 내놓고 조금씩 움직여 간다면 국민도 그 해법이 제대로 작동하기만 한다면 힘을 몰아 든든한 '뒷배'가 돼줄 것이다.

산업·경제적 난맥상도 실물에 누구보다 밝은 그의 지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기업 활동과 생동하는 문화, 노동의 역동성을 믿는 대통령의 시야가 우리 경제의 활력으로 작동하길 바란다. 대통령의 일하는 방식에 따라 장관과 공무원들은 스스로 변하고, 보는 눈을 개안시켜 나갈 것이다.

정치 급변으로 얻은 대통령직인 만큼, 그가 당과 캠프에 철통같이 요구했던 겸손하고 더 낮은 섬김의 마음가짐으로 대통령직에 임하길 바란다. 기초·광역 지자체장, 국회의원 등을 거치며 얻는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 그것이 한국 정치의 새 기준으로 자리 잡아가길 희망해 본다. 실용 행정과 섬김 정치의 원칙을 지켜가는 대통령 첫발을 기대한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