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LA 시위에 해병대 700명 추가 동원… “방치하면 내전”

현지서 취재 중이던 외신 기자 피해 사례도

9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 시위대와 경찰이 대립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9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 시위대와 경찰이 대립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경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격화한 가운데, 정부가 주 방위군 2000명에 더해 해병대 700명을 추가 동원한다고 밝혔다.

9일(현지 시각) CNN 등 현지매체 따르면 미군 북부사령부(USNORTHCOM)는 성명을 통해 “LA 지역의 연방 인력과 재산 보호를 위해 약 700명의 해병대를 파견한다”며 “제1 해병사단 산하 7연대 2대대의 해병대원 700명은 LA 지역에서 연방 인력과 재산을 보호 중인 '태스크포스 51' 아래 운용되는 타이틀 10 병력과 함께 원활하게 통합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9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 시위대와 경찰이 대립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9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 시위대와 경찰이 대립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타이틀 10'은 대통령이 주정부의 요청 없이도 연방 병력이나 주방위군을 해당 주에 직접 배치할 수 있도록 규정한 연방법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 권한에 따라 LA 시위 대응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태스크포스51에 해병대 병력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LA에서는 지난 6일부터 미등록 이민자에 대한 대규모 체포·단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나흘째 시위가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주지사 승인을 거치지 않고 주방위군 2000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아직까지는 300명만 시위 현장 인근에 도착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열린 대미(對美) 투자 관련 좌담회에서 LA 시위에 대해 “내전을 원치 않는다. (상황을) 방치하면 내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병대 파견 계획에 대해서는 “상황을 볼 것”이라고 말했지만 불과 몇 시간만에 해병대 파견이 발표됐다.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LA 경찰당국은 사흘 간 총 56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화염병을 던지거나 오토바이로 돌진해 경찰관을 부상하게 만들었다고 NBC 뉴스는 전했다.

시위대와 이를 저지하는 경찰 사이 무력충돌이 이어지면서 현장에서 취재하던 외신 기자가 경찰의 공격을 받는 일도 있었다.

8일(현지 시각) 호주 매체 9뉴스의 미국 특파원 로렌 토마시가 미국 LA 시위 취재 도중 경찰이 쏜 고무탄에 맞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사진=9뉴스 캡처
8일(현지 시각) 호주 매체 9뉴스의 미국 특파원 로렌 토마시가 미국 LA 시위 취재 도중 경찰이 쏜 고무탄에 맞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사진=9뉴스 캡처

호주매체 9뉴스에 따르면 현장에서 취재 중이던 미국 특파원 로렌 토마시는 LA 경찰이 쏜 고무탄에 다리를 맞아 다쳤다. 경찰쪽에서 격발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토마시가 다리를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이 모두 카메라에 담겼다.

영국 사진기자 닉 스턴도 LA 시위 취재 중 허벅지에 14mm 스펀지탄을 맞아 응급 수술을 받았다. 그는 영국 BBC 방송에 “다리 뒤쪽에 딱딱한 것(비살상용 총알)이 튀어나와 있었고, 다리는 피로 젖어 있었다”며 “난 목에 기자증을 걸고 있었고, 커다란 카메라도 걸고 있었음에도 (공격받았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