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쇄신없으면 역사 속으로”…국힘, 개혁안·거취 둘러싸고 내홍 격화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 주재 원외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 주재 원외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거취와 개혁안을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에 빠졌다. 특히 비대위원장 사퇴 여부를 둘러싸고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계파 갈등이 격화되고, 김 위원장이 자진 사퇴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대치 국면은 오는 16일 원내대표 선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10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원외 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혁신을 예측할 수 없는 속도로 이뤄내지 못한다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며 '뼈를 깎는 각오의 쇄신'을 촉구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우재준·김소희·김재섭 의원과 함께 90여 명의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며 “국민은 충격과 실망을 표로 심판했고 우리 당은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개혁안 추진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당협위원장님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는 분들”이라며 “중앙이 아닌 지역에서 변화의 불씨를 피워야 한다. 각 지역의 최전선에서 당 쇄신의 기폭제가 되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날 5시간 넘게 진행된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김 위원장의 개혁안을 놓고 난상토론을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는 김 위원장이 발표한 △9월 전당대회 개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 후보 교체 시도 진상 규명 △당무감사 실시 등 5대 개혁안을 놓고 찬반이 엇갈렸다.

특히 친윤계 의원들은 김 위원장의 개혁안이 '자기 정치'라며 사퇴를 요구했고, 친한계와 비윤계 의원들은 재신임을 주장하며 충돌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거취와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전 당원 투표'에 부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당원들에게 묻겠다는 의지로 풀이되지만, 이 역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당내 일각에서는 절충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날 이성권·조은희·강민국·김미애·김승수·박수영·최형두 의원 등 재선 의원 모임에서는 8월 말까지 전당대회를 열 것을 제안했다. 새 지도부가 구성될 때까지 김 위원장의 임기를 연장하되, 비대위 구성은 신임 원내대표와 협의해 조정한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제안한 혁신안의 취지와 정신에는 공감하며,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민심 경청 대장정' 등을 통해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의 개혁안 고수와 계파 간 갈등 확산으로 이날 예정된 의원총회에서도 격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민의힘은 전날 의총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데 따라 이날 다시 회의를 열어 쟁점을 정리할 계획이었지만, 일정 등을 고려해 의총을 열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임기나 개혁안 등에 대한 결론은 다시 미뤄졌고, 당분간 당내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