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홈네트워크' 인증 도입이 수년째 표류하고 있다.
관련 기업은 소비자 불편 해소와 지능형 홈네트워크 산업 확대를 위해 해외 표준이라도 도입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홈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지능형 홈네트워크 인증이 지지부진해 글로벌 경쟁력을 저하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능형 홈네트워크 KS표준화협의회'에서 KS 표준 대신 유럽이나 미국 표준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홈네트워크·건설·가전 기업이 직접 해외 표준 도입 필요성을 제기한 첫 사례다.
국내 기업이 해외 표준 도입을 요구한 이유는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및 기술기준'이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토교통부 공통으로 고시됐지만, 이에 대한 인증이 없어 사실상 적용이 흐지부지됐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2년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에 KS 표준 적용을 의무화하기 위해 기업 의견을 수렴했지만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다.

홈네트워크 인증 도입이 장기간 지연되자 제조사와 건설사는 각기 다른 규격의 홈네트워크 기술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제조사간 호환이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 피해로 전가된다. 제조사 간 기술 방식이 달라 아파트 전체 단지 시스템을 교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에서 수명이 다하거나 고장난 월패드를 교체하지 못해 집단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도 다수다.
홈네트워크 관련 업계는 상호운용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도 불리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능형 홈네트워크 기반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음에도 호환성 문제로 새로운 잠재 시장 개척을 위한 시도조차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국AI스마트홈산업협회 관계자는 “홈네트워크 인증이 속도를 내지 못하다 보니 국내 기업들이 상호운용성 문제 때문에 유럽 KNX 표준을 다수 채택하는 게 현실”이라며 “해외 홈네트워크 표준을 따르면 향후 신규 서비스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주도권을 갖기 어려운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지능형 홈네트워크 관련 표준안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필요 시 시장 요청에 따라 시험기관과 함께 인증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