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루게릭병(ALS)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병태생리 기전을 규명해 학계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김승현 한양대 교수 연구팀과 남민엽 한국뇌연구원 박사 연구팀이 공동으로 ALS에서 NEK1 유전자 변이가 신경세포 섬모 기능을 손상시키고, 칼슘-의존적 신호 경로를 통해 세포사멸을 유도하는 병태생리 기전을 새롭게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ALS는 운동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소실돼 근육이 마비되는 치명적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현재까지 명확한 발병 기전이나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다.
최근 유전적 요인이 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밝혀지면서, NEK1 유전자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ALS 위험 유전자 중 하나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유전자 변이가 어떤 세포 생물학적 이상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병태기전은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연구팀은 한국인 ALS 환자 920명을 대상으로 한 전장유전체 분석을 통해 약 2.5%의 환자에게서 NEK1 유전자 기능상실 변이를 발견했다. 또 해당 변이를 가진 환자는 더 빠른 질병 진행 속도와 짧은 생존 기간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환자 유래 섬유아세포 및 줄기세포 유래 운동신경세포 모델을 활용해 NEK1 결손이 섬모 형성 저해, 세포 내 칼슘 항상성 붕괴,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 DNA 손상 복구 실패 등 세포 수준 광범위한 병리적 변화를 유도함을 밝혀냈다.
특히 HDAC6 억제제를 사용했을 때 섬모 손상과 미토콘드리아 이상, 세포주기 변화 및 세포사멸이 회복되는 결과를 확인함으로써, NEK1 변이에 의해 유도되는 ALS 병태생리를 조절할 수 있는 치료 전략으로서의 HDAC6 억제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차세대 ALS 치료제 개발을 위한 분자 표적 발굴, 기존 약물의 재창출 전략 수립, ALS 정밀의료 기반 치료제 개발과 환자 맞춤형 임상 설계 등 폭넓은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 기전이 실제 환자 뇌 조직에서도 재현되는지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HDAC6 억제제에 대한 장기적인 안전성 및 임상 유효성에 대한 연구도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분자 신경퇴화(Molecular neurodegeneration)'에 지난달 20일 게재됐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