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CBDC·AI로 미래 대비… 경기부양은 신중하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한국은행 창립 제75주년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한국은행 창립 제75주년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디지털 화폐와 인공지능(AI) 대응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미래 금융환경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기관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 기반의 실험을 진행 중”이라며 “연말에는 예금토큰의 상용화 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창립 제75주년 기념식에서 “국제결제은행(BIS)이 제시한 'Finternet(금융 인터넷화)'은 단절된 금융 서비스를 하나의 통합 인터페이스로 연결해 실시간·맞춤형 금융이 가능한 환경을 지향한다”며 “CBDC와 예금토큰은 이 시스템의 신뢰 기반이자 기술 표준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의 제도적 정비도 추진 중이며, 외환시장 규제를 우회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AI 대응 관련해선 “국내 업체가 구축한 '소버린(Sovereign·주권) AI'를 기반으로 한은에 특화된 AI를 올해 하반기 도입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언급했다.

구조개혁 없는 일시적 경기 부양의 위험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그는 “현 상황에서 경기 회복을 위한 부양책이 시급한 것이 분명하지만, 급하다고 경기 부양책에만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사후적으로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면서도 동시에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내릴 수 없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지난 3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율 기준으로 약 7% 상승했고,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대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손쉽게 경기를 부양하려고 부동산 과잉투자를 용인해 온 과거의 관행을 떨쳐내야 한다”며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따라 내외금리차가 더 커질 수 있고 무역 협상 결과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커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