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단일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R&D 투자액 30조원을 돌파하며 기술 경쟁력 강화에 앞장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12일 발표한 '2024년 국내 연구개발(R&D) 투자 상위 1000대 기업' 분석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R&D 투자액은 총 83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3%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 전체 매출액 대비 투자 비율도 4.8%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4년 기준 R&D 투자 상위 1000대 기업 중 709개 기업이 전년보다 R&D 투자를 늘렸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술혁신 경쟁 심화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미래성장 기반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단일 기업으로 30조2000억원을 투자하며 전체 1000대 기업 중 36.1%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보다 6조3000억원 증가했다. 1000대 기업 전체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삼성전자가 홀로 책임진 셈이다. SK하이닉스(4.5조원), 현대차(4.3조원), LG전자(3.4조원), 기아(3.3조원), 삼성디스플레이(3.1조원) 등이 뒤를 이었다.
상위 10개 기업 투자액도 54조7000억원으로 전체의 65.5%에 달했다. 지난해보다 2.8%포인트(p) 늘어나 대기업 집중 현상이 심화됐다. 하위 300개 기업의 투자 비중은 전체의 2.2%에 불과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이 170개, 중견기업 513개, 중소기업 317개다. 중견기업은 전년보다 22개 증가하며 R&D 생태계 내에서 존재감을 확대했다. 중견기업 투자액은 총 11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3%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21개 감소한 317개사였다. 총 투자액도 3조5000억원으로 2.5% 증가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제조업 R&D 투자액은 75조원으로 전체의 89.8%였다. 이 중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이 43조4000억원(57.8%)으로 가장 많았다.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12.3조원, 16.4%), 전기장비 제조업(6.8조원, 9.0%)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글로벌 R&D 경쟁력 측면에서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기준 2023년 세계 R&D 투자 상위 2000대 기업 가운데 우리 기업은 40개에 불과했다. 미국(681개), 중국(524개), 일본(185개), 독일(106개), 대만(55개) 등에 크게 뒤진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