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유가 배럴당 150달러”…이란발 리스크에 출렁인 국내 증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시설 폭격으로 23일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코스피 지수 3000 달성 하루만에 개장가가 2900대로 떨어진 것은 물론 원·달러 환율은 10원 이상 급등해 거래를 개시했다. 이후 증시는 비교적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확전 가능성에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시장과 환율은 안정될 기미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29.64포인트(0.98%) 하락한 2992.20으로 거래를 개시했다. 장중 한때 2971.36까지 하락했던 코스피는 3000선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직전 거래일 대비 0.24% 하락한 3014.47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0.85% 하락한 784.79를 기록했다.

환율도 서울 외환시장 개장과 함께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4원 오른 1375원으로 출발했다. 장중 한 때 1385.10원까지 오른 뒤 상승 폭을 좁히지 못하고 전일 대비 18.7원 오른 1384.3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증권가에서는 달러 강세는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따른 자연스런 상승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증시 충격 역시 단기적일 것으로 관측하는 분위기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증시와 국내 증시는 단기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조정 가능하지만, 충격은 단기적일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이번 미국의 공격으로 재점화될 중동 지역 리스크 확대 국면에서 현재 과열권에 있는 증시가 조정을 경험할 가능성 존재하지만 그 강도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뇌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실제로 이어질 여부다. 이미 시장에서는 추후 확전 시나리오에 따라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최대 13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JP모간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혹은 걸프지역 원유 인프라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최대 120~130달러, 원유 및 가스 인프라가 공격에서 벗어날 경우는 배럴 당 60달러 수준까지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지난 20일 기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7월 인도분은 74.93달러로 거래를 종료했다. 아직까지 미국의 이란 타격이 반영되지 않은 가격이다.


국내 역시 향후 이란 사태의 진행 방향에 따라 국제유가 가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동 불안정성이 크게 높아졌지만 분쟁이 장기화(20%)되거나 전면전으로 확전될 가능성(10%)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이란의 항전으로 전면전이 발생하거나 협상 실패로 인한 장기 소모전이 지속될 경우 배럴당 최대 15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추가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지난 주말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고 이란이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것이란 우려로 국제유가가 3% 넘게 급등했다. 23일 서울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기 위해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미국이 지난 주말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고 이란이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것이란 우려로 국제유가가 3% 넘게 급등했다. 23일 서울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기 위해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