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뿌리산업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은 납품대금 연동제 적용 대상에 전기료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등한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기업은 납품단가 인상조차 요청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는 더불어민주당 오세희 의원(국회 산자중기위)과 함께 5월 14일부터 23일까지 5대 뿌리업종 중소기업 700개사를 대상으로 '납품대금 연동제 적용대상 전기료 포함 정책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90.0%가 “전기료를 연동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뿌리업종의 부담 실태와 연동제 확대 필요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뤄졌다.
조사에 따르면, 뿌리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제조원가 대비 전기료 비중이 10%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산업별로는 열처리업종이 99.3%로 가장 높았고, 이어 △표면처리(85.7%) △주조(79.3%) △금형(75.7%) 순이었다. 특히 열처리와 표면처리 산업에서는 전기료 비중이 20%를 초과한다는 응답이 각각 81.4%, 60.0%에 달했다.

산업용 고압A 기준 전기요금은 2022년 1분기 105.5원/kWh에서 2024년 4분기 174.0원/kWh로 인상됐다. 이 같은 급등에 대해 90.1%의 기업이 “경영상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지만, 이 중 76.4%는 “위탁기업에 납품단가 인상을 요청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주된 이유로는 '거래처와의 관계 악화 우려'(69.3%)가 가장 많았다.
전기료 인상에 따른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특별한 대처 없이 감내'(70.1%)하거나 '원가 이하로 납품'(25.4%)하고 있다는 답변이 많아, 사실상 기업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료를 연동대상에 포함해야 하는 이유(복수응답)로는 △연동제의 본래 취지인 '납품대금 제값받기'에 부합한다(52.9%)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정부의 한시적 전기료 지원은 한계가 있다(39.2%) △원재료 외 주요 비용이 반영되지 않는다(36.0%)는 지적이 뒤를 이었다.
연동제에 전기료가 포함된다면 79.9%의 뿌리기업이 제도를 활용하겠다고 밝혀, 실효성 확보 차원에서도 제도 개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세희 의원은 “이번 조사는 전기료 부담이 뿌리기업 경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며 “연동제는 공정한 거래질서를 위한 제도인 만큼, 현실을 반영해 사각지대 없이 적용 대상을 넓혀야 하며, 국회 차원의 신속한 입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2023년 10월 본격 시행된 연동제가 '주요 원재료'에만 국한돼, 전기를 주요 원재료처럼 사용하는 뿌리업종은 제도 혜택에서 소외돼 있다”며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된 만큼, 조속한 입법 보완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