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자들이 드론을 활용해 하와이에 모기떼를 살포했다. 공포영화 같은 이야기지만 실제로는 부화하지 않는 알을 낳게 만들어 지역 내 외래 모기 개체 수를 줄이려는 시도다.
최근 미국 스미소니언 매거진에 따르면 하와이 토착 조류 보호 비영리단체 '모기가 아닌 새들'(Birds, Not Mosquitoes)은 드론을 이용해 하와이 마우이섬 숲 등에 특정 박테리아에 감염 시킨 모기를 캡슐에 담아 살포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마우이와 카우아이 등 일부 지역에서 진행돼 현재까지 4000만 마리 이상의 수컷 모기를 살포했다.

과학자들이 모기를 살포하는 이유는 이 지역 토착 조류인 '꿀먹이새'(honeycreeper; 허니크리퍼) 때문이다. 섬 곳곳에는 꿀먹이새 50여 종이 서식했는데 개체수가 급감하면서 오늘날 단 17종만 남게 됐고, 이 마저도 대부분이 심각한 멸종 위기 상태다.
꿀먹이새는 모기를 매개로 하는 '조류 말라리아'에 매우 취약하다. 1800년대 포경선과 함께 섬에 유입된 외래 모기가 기후 변화로 서식 범위를 넓혔고, 꿀먹이새에게 조류 말라리아를 퍼뜨리며 개체수를 떨어뜨렸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헬리콥터와 드론 등으로 '볼바키아'(Wolbachia)라는 박테리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를 살포하고 있다. 볼바키아는 모기에게 '피임약'같은 역할을 해 모기들의 번식을 억제한다. 볼바키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를 하와이에 퍼진 암컷 모기와 교미하게 만들어 부화하지 않는 알을 낳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개체수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미국 조류 보호 협회의 하와이 프로그램 책임자인 크리스 파머는 복스닷컴에 “이 작업은 모기가 새들이 서식하는 숲 속으로 침투하지 못하게 보이지 않는 장벽을 세우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이 실험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전문가들은 “박멸은 어렵더라도 해로운 점이 많은 살충제를 살포하는 것 보다는 훨씬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해당 프로젝트에 희망을 걸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