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AI 시대, 표준화는 혁신의 게임체인저

이승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표준연구본부장
이승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표준연구본부장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공동 주관으로 '2025 국제 인공지능(AI) 표준 서밋' 행사가 올해 12월에 서울에서 열린다.

필리프 메츠거 IEC 사무총장은 “우리 사회의 근간이 되는 디지털 세계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표준을 제공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오픈API 샘 올트먼, MS 사티아 나델라, 앤비디아 젠슨 황, 구글 순다르 피차이 등 주요 테크 CEO도 AI의 막대한 변혁적 잠재력과 함께 그것의 책임감 있고 효과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강력한 글로벌 표준 확립이 필수적이라는 점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AI가 단시간 내 세상을 격변시키며 사회 근간을 뒤흔드는 상황에서 표준의 역할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호환성을 넘어선다. 다양한 산업을 아우르는 AI 서비스 생태계 구축을 위한 상호운용성 표준 확보가 중요하다.

무분별한 서비스 도입과 시스템 확장은 오히려 비효율과 혼란을 야기한다. 생성형 AI가 확산되며, 업계 공통 안전 프로토콜과 모범 사례를 통해 일관된 안전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법 보다는 표준을 통한 포용적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2025년에는 기술 혁신과 상용화 속도를 높이기 위한 표준화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표준화는 혁신을 가속하는 촉진제다.

첫째,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표준화된 AI 프레임워크와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통해 개발자들은 검증된 구성요소를 재사용함으로써 개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둘째, 시장 진입 장벽의 완화다. 표준화된 플랫폼은 특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게 AI 기술 접근성을 높여준다. 복잡한 인프라 구축 없이도 표준화된 도구와 서비스를 통해 혁신적인 AI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다. 오픈소스와 함께 표준은 스타트업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다.

셋째, AI 생태계를 키우는 기반이 된다. 기업 간에 데이터가 자유롭게 오가고, 새로운 서비스가 쉽게 만들어지려면 모두가 따라야 할 기본적인 규칙(표준)이 필요하다. 이런 표준이 마련되면, 한 기업의 기술 발전이 전체 생태계 성장으로 연결되는 좋은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넷째, AI 전환을 위한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다. 네트워크, 클라우드, 데이터 등 기존 정보통신기술(ICT)과 AI 기술 간 효율적인 연동 및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한 표준 마련은 기존 산업의 AI 혁신을 위한 핵심 요소다.

최근 새 정부가 AI 분야에 전폭적인 투자를 기획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효율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과 규약을 제시할 수 있는 표준에 대해서도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제 표준화 주도권 확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주요 국제표준화기구를 통해 AI 표준화 주도권 확보를 추진 중인데, 이러한 노력을 확대해 글로벌 AI 표준화 과정에서 우리 기술력과 시각이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도메인별 표준 개발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는 이동통신, 클라우드, 데이터 등 핵심 기술과 AI의 접목을 위한 표준 개발이 강화돼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우리가 강점을 가진 반도체, 자동차, 조선, K-컨텐츠 등 주력 산업과 AI의 융합을 위한 표준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민관 협력 생태계 강화도 필수다. AI를 중심으로 기존 산업 생태계가 재구성, 발전되고 있는 만큼 강력한 정부 지원 하에 대학, 연구소, 기업 간 협력을 견고히 하고, 실용적인 표준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AI 시대 표준화는 단순한 기술 규격을 넘어 새로운 경제 질서의 토대가 되고 있다. 표준 선점이야말로 국가 생존 전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승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표준연구본부장 syl@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