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9일간 지진 600회 발생… '난카이 대지진' 공포 계속

SNS서 음모론 확산… 전문가 “대지진 징조 아냐”

일본 예언 만화 '내가 본 미래' 표지. 사진=엑스 캡처
일본 예언 만화 '내가 본 미래' 표지. 사진=엑스 캡처

일본 도카라 열도에서 소규모 지진이 600회 넘게 발생하면서 이른바 '7월 대지진설'에 대한 공포가 계속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소규모 지진이 거대 지진을 유발한다는 소문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29일 일본 가고시마 지방 신문 미나미닛폰 등에 따르면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 남쪽 도카라 열도에서 지난 21일부터 이날 오후 9시까지 진도 1 이상의 지진이 613회 발생했다.

이 중 진도 4 지진은 9번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은 지진이 일어났을 때 흔들림 정도를 수치화해 가장 약한 1에서 가장 강한 7까지 숫자로 표기한다. 진도 4는 대부분의 사람이 느낄 수 있고 컵이나 접시가 흔들리는 정도를 말한다.

건물이나 쓰나미 피해는 아직까지 발생하지 않았지만, 소규모 지진이 다수 발생하면서 엑스(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른바 '도카라의 법칙'이라는 속설이 회자되며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말하는 '도카라의 법칙'은 도카라 열도에서 지진이 이어지면 일본의 다른 장소 곳에서 대지진이 발생한다는 속설이다.

'내가 본 미래' 한국어판. 사진=도서출판도토리
'내가 본 미래' 한국어판. 사진=도서출판도토리

이 속설은 일본의 만화가 타츠키 료가 예언한 '7월 대지진' 설과 맞물리면서 더 화제가 됐다. 타츠키 료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예견해 관심을 모은 만화가로, 그는 자신이 직접 꾼 예지몽을 바탕으로 출간한 만화 '내가 본 미래'와 '천사의 유언'에서 “2025년 7월 진짜 대재앙이 일본에 닥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도카라의 법칙'에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지질 특성상 평소에도 도카라 열도의 군발 지진이 종종 관측되기 때문에 반드시 대지진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지적이다.

요코세 히사요시 구마모토대 교수는 마이니치신문에 “이번 지진은 모두 소규모”라며 “이 정도의 지진이 거대 지진을 유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나카지마 준이치 도쿄과학대 교수도 닛케이에 “일본은 지진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군발 지진이 있는 동안 다른 장소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것이 드물지 않다”며 “과학적으로 도카라 지진과 거대 지진이 관계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는 이번에 지진이 다수 발생한 도카라 열도 주변은 필리핀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들어가는 류큐 해구와 가깝기 때문에 지각 움직임이 심하고 지진 발생이 쉽다고 설명했다.

일본 네티즌들이 우려하는 '7월 대지진'은 난카이 해곡에서 30년 이내에 발생할 확률이 80% 정도로 알려진 규모 8∼9의 대지진이다. 이와 관련 나카지마 교수는 “(도카라 열도 지진과) 해역이 달라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대지진 우려가 여행 업계까지 실질적인 영향을 주면서, 일본 관광청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소문 진화에 나섰다. 일본 기상청 역시 “전문가들은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 지진 발생 시기나 장소, 규모를 예측할 수 없다고 한다”면서 “관련 추측은 믿을 만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근거 없는 정보를 퍼뜨리는 것에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