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로 대표되는 첨단기술은 우리 사회의 근본을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기술 발달로 인해 노동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생기기도 하지만 반대로 기존 직업이 사라지기도 한다.
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이라는 저서에서 디지털 기술과 AI 및 로봇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우려를 표시했다. 이후 이 책의 주제는 오랜 세월 노동시장의 화두로 자리매김했다. 실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고, 일자리의 부족은 결국 고용 노동 정책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에도 장년·고령층(55~79세)은 계속해서 일을 하길 원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계속 노동을 하고 싶어하는 장년·고령층의 비율은 70%에 달한다. 정부도 이에 맞춰 일자리를 공급하고 있다. 2024년 노인일자리는 총 103만개에 이른다. 투입된 예산도 2조264억원 수준이다.
퇴직 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은 고령 노동자의 등장은 저출산과 맞물려 우리가 마주할 필연적인 현상이다. 이는 곧 노동 현장에서 청·중·장년층이 함께 근무하는 형태가 주를 이룰 것임을 시사한다.
문제는 직장 내 갈등이다. 노동인구 범위가 커지고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지다 보니 세대별 가치관 차이로 인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2024년 중앙노동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채용·퇴직·근로조건을 둘러싼 갈등이 더 많아질 것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79.8%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지난해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1만2253건으로 2019년 법안 도입 후 가장 많은 해를 기록했다. 특히 이른바 'MZ' 세대 등장 이후 세대별 가치관의 차이는 직장 내 갈등의 주요 요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용자 입장에서 직장 내 갈등이 기업 운영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사용자는 새로운 노동 환경의 출연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직장 내 갈등이 본격적으로 점화되기 전 갈등을 사전에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사용자에게 부여된 권한 중 인사 발령, 즉 전직·전보 처분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갈등 당사자들과 계속적 고용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갈등을 완화하는 방편으로 이용된다.
법원은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사용자가 전직 처분 등을 할 때 요구되는 업무상 필요의 범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44162 판결 등 참조)한다. 원칙적으로 인사 발령은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인사 발령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이 있다고 본다. 인사발령과 같은 전보 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는 전보 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그 전보 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두2963 판결 등 참조)한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인사 발령의 정당성을 평가할 때 △업무상 필요성 △생활상 불이익 △절차적 정당성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사용자로서는 각 요소를 준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업무상 필요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갈등 당사자 및 관련 직원들 사이 면담을 통해 조직 질서 회복의 필요성이 얼마나 대두되는지 확인하고 기록해야 한다.
그리고 인사명령을 통해 발생하는 생활상 불이익이 각 갈등 당사자가 수인할 수 있을 정도인지, 갈등 당사자 사이 형평성은 확보되는지 판단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근로계약서·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상 규범적 제약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이를 규범이 정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김범 법무법인(유) 로고스 변호사 beom.kim@lawlog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