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첫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 개발 일화는 유명하다. 병든 사람을 고치는 의술을 배우던 서울대 의과대학 대학원생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인용컴퓨터(PC)를 고치는 백신 프로그램 개발자가 됐다. 안철수 안랩 창업자(현 국민의힘 의원)의 이야기다.
안 창업자는 1988년 6월 처음 접한 브레인 바이러스를 분석해 컴퓨터 언어로 어렵지 않게 치료했다. 문제는 PC가 바이러스에 걸려 애를 먹는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리 치료 방법을 알려줘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지 않겠냐”는 한 후배의 제안에 안 창업자가 하룻밤을 지새우며 만든 바이러스 퇴치 프로그램이 '백신'(Vaccine)이다. 안티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백신으로 부르는 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백신은 기능이 추가되면서 '백신Ⅱ', '백신Ⅱ+'로 업그레이드했으며 1991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백신Ⅲ'(V3)로 재탄생했다.
이후 PC 보급 확산과 함께 필연적으로 바이러스도 국내로 침투했고, V3를 기반으로 1995년 안철수연구소(현 안랩)를 설립하며 국내 보안산업의 막을 올렸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안랩은 그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V3 1개 제품으로 문을 연 안랩은 현재 엔드포인트,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 운영, 가상물리시스템(CPS) 등 6개 플랫폼에서 30여종의 라인업을 구축하며 통합보안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1995년 5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606억원을 기록했다. 창립 당시 3명이던 임직원 수도 약 1300명으로 늘어났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