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55〉 [AC협회장 주간록65] AI 인재는 해외로, 스타트업 구인난…지금 필요한 것은 '사람 투자'](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5/16/news-p.v1.20250516.6d86376b4ab84a169ab1670cbe1d06c2_P3.jpg)
대한민국 벤처기업들은 지금 눈앞에 두 가지 현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하나는 4차 산업혁명 본격화 속에서 AI, 반도체, 바이오, 데이터 기반 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는 명백한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이 핵심 산업군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인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절박한 현실이다. 기술은 있는데, 사람은 없다. 스타트업 현장에서는 이를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재 실종”이라 부른다.
AI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인재는 한국보다 조건이 좋은 미국, 싱가포르, 캐나다, 두바이로 향한다. 국내 기업들은 고급 인재를 확보하지 못해 개발일정을 미루거나, 아예 서비스를 접는다. 실제로 국내 벤처기업의 53.4%가 “우수 인재 확보가 어렵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은 “근로조건과 제도 탓”이라 답했다.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란 얘기다. 인재 공급은 줄어드는데,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AI·클라우드·반도체 등 분야는 2027년까지 약 6만명이, 반도체는 2031년까지 5만명 이상이 부족하다는 정부 통계도 있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AI 시대 주변부 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기술투자를 확대해도, 이를 실제로 구현할 사람을 확보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특히 벤처·스타트업에는 인재가 곧 생존이자 확장의 기반이다. 대기업과 달리 브랜드 파워도 낮고, 연봉경쟁도 불리하기 때문에 '일할 수 있는 환경'과 '매력적인 보상체계'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첫째, 근로시간 제도 유연화가 시급하다. 벤처기업의 핵심 인재들은 대부분 R&D 중심의 고숙련 인력이다. 그런데 주52시간이라는 경직된 틀은 실험실, 개발실, 협업캠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는 기업 성과와도 직결된다. 핵심인력에 대해서는 근로계약 기반의 예외 적용, 월 단위 유연 근무제를 확대 도입해야 한다.
둘째, 스톡옵션 제도를 확 바꾸어야 한다. 지금의 스톡옵션은 과세 방식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행사 시점의 주가에 과도한 세금이 붙는다. 반면에 미국이나 싱가포르는 성과 기반 주식보상에 대해 세금 유예 또는 감면을 적용한다. AI·바이오 기술자처럼 연봉보다 지분보상에 더 민감한 인재에게는, 제도 자체가 설계 오류인 셈이다. 행사이익에 대한 준조세 감면, 행사 제한기간 단축, 이사회 결의 허용 등 대대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셋째, 외국인 인재에 대한 비자 규제도 풀어야 한다. 현재 E-7 비자는 최소 5년 이상 경력, 석사급 학위를 요구하고 있어 글로벌 창업자나 엔지니어 입국 자체가 어렵다. 특히 AC 추천 기반의 창업비자 발급, 지방 글로벌 스타트업 센터 설치, 유학생의 창업전환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전 세계 인재의 인입'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한국이 스타트업 친화국이라는 글로벌 인식이 자리잡지 않으면, 고급 인재는 절대 오지 않는다.
특히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은 교육시스템과 벤처 인력 수요 간 괴리다. 현행 대학 및 직업교육 체계는 여전히 대기업 취업이나 전통 제조업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스타트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실전형 개발자, UX 디자이너, AI 리서처, 프로덕트 매니저 등을 양성하지 못한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대학 커리큘럼 전면 개편과 함께 현장 밀착형 산학 협력모델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Y Combinator나 독일의 Fraunhofer 모델처럼, 벤처기업이 직접 교육 과정에 참여하고 채용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인재는 벤처 생태계의 '기술'보다 중요하고, '자금'보다 부족하다. 이 문제를 방치한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설계해도 실행은 불가능하다. 기술 중심 경쟁에서 '사람 중심 투자'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은 규제가 아니라 기회를 설계할 때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