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어린이 여름캠프 참가자들이 대규모로 실종되고, 5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전 예보도 부족했고, 캠프 운영과 대응 체계에도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AP,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3~4일(현지시간) 밤 사이 텍사스 중부에 300mm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과달루페강이 순식간에 범람, 수위가 불과 45분 만에 2m에서 8m까지 급등했다. 이로 인해 커 카운티를 중심으로 최소 50여 명이 사망, 이 중 어린이 15명이 포함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비극이 발생한 곳은 **여자 어린이들을 위한 기독교 여름캠프 '캠프 미스틱'이다. 캠프에 참가한 약 750명의 학생 중, 10세 미만의 어린 여학생들이 머물던 저지대 숙소가 가장 먼저 침수됐다. 현재까지 27명의 어린이가 실종 상태로 남아 있으며, 일부의 사망이 확인되면서 가족과 지역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생존자 중 한 명인 엘리너 레스터(13)는 상급생 숙소에서 구조 헬기를 타고 탈출했으며 “캠프가 완전히 파괴됐다. 정말 무서운 경험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내 아들도 인근 캠프에서 물이 들이닥치자 창문을 통해 탈출했다”고 전했다.

기상당국은 해당 지역에 비가 올 가능성은 예보했지만, 폭우의 집중도와 파괴력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님 키드 텍사스 비상관리국장은 “어떤 예보에도 없던 강우량이었다”며 기상청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우가 열대성 폭풍 '배리'의 잔류 습기와 멕시코만에서 유입된 수분이 결합해 형성된 것으로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특히 멕시코만 해역의 수온이 평균 이상으로 상승한 상태에서 더 많은 수증기가 생성되며 홍수의 원인이 됐다고 보도했다.
기상학적으로 일반적인 여름 뇌우와 달리 이번 폭우는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정체되며 반복적으로 비를 뿌리는 구조였고, 이는 예측이 특히 까다로운 패턴이었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또 다른 원인으로 기상청의 인력 부족 사태를 꼽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정부 인력 감축 정책으로 인해 미 전역 기상청 인력 600명이 해고 또는 퇴직했고, 그 여파로 이번 홍수 피해 지역을 관할하던 텍사스 샌앤젤로 기상청 사무소에는 예보관, 수문학자 등의 핵심 인력이 공석이었다고 보도했다.
또 인근 샌안토니오 사무소 역시 경보 조정관, 과학 담당관 등의 주요 인력이 부족해 지역 비상관리국과의 긴밀한 협력이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무소의 경보 조정 기상학자는 지난 4월 조기 퇴직 패키지를 통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 노조 측은 “이 같은 인력 공백은 트럼프 정부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이후 두 사무소의 공석률은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며 예보 역량 약화를 지적했다.
김태권 기자 t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