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를 낸 사람에게는 정확한 보상을 해야 합니다. 회사가 조금 늦게 성장하더라도, 열심히 일한 구성원에게 확실한 성과를 돌려주는 게 경영자의 역할이죠.”
철근콘크리트 전문건설기업 '태일씨앤티'의 김경수 대표는 지난달 서울 금천구 본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형 프로젝트 성과에 따라 연봉 수준을 뛰어넘는 성과급이 지급되는 이 회사는 '성과에 상응하는 보상'으로 업계 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 현장소장은 약 7,000만 원의 성과급을 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2013년 회사를 인수하며 태일씨앤티의 변화를 이끌었다. 기존에 함께 일하던 실무자들을 직접 새 법인의 책임자와 소장으로 세우고, 각자에게 전폭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다. 그는 “회사의 중심은 사람”이라며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율경영이 최고의 조직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 회사에서 수백억원의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내도 돌아오는 보상이 없어 허탈감이 컸다”며 “내가 리더가 되면 그 방식만은 바꾸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회사의 중심은 사람”이라며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율경영이 최고의 조직을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경영 철학은 실질적인 제도로 이어졌다. 프로젝트 이익의 50%는 해당 현장에 우선 배분된다. 30%는 전 직원에게 공유되고, 나머지 20%는 사내 유보금으로 활용된다. “이익을 함께 나누면 생산성은 자연히 따라온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고난도 시공 기술로 성장…삼성 반도체 1~5기 완수
태일씨앤티는 특히 고난도의 철근콘크리트 공법을 강점으로 한다. 지하 구조물을 위에서 아래로 시공하는 '톱다운(Top-down)' 공법과 KY 테이블 기법을 활용해 공기를 단축하고 원가를 절감하는 기술력은 업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 1기부터 5기까지 프로젝트를 연속 수행한 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최근엔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공사도 수주했다. 김 대표는 “반도체, 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 등 고정밀이 요구되는 공사에 특화된 시공 노하우가 강점”이라며 “현재 삼성, SK에코플랜트, GS건설 등 대형 시공사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일씨앤티의 또 다른 강점은 '수평적 소통' 문화다. 기사, 대리, 과장, 소장, 임원까지 전 직급별 소그룹 모임이 정기적으로 운영되며, 창의적 아이디어가 올라오면 ERP 시스템을 통해 즉시 반영된다. 심지어 대표 저서의 제목도 전 직원 공모를 통해 결정됐다.
그는 “건설업이 보수적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며 “현장이 즐거워야 프로젝트도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ERP도 자체 개발해 모든 문서, 근로계약, 일정, 예산을 전산화했다. 외부 판매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더 큰 태일' 위한 M&A…5년 내 매출 3000억 목표
김 대표는 최근 인수한 태진이노베이션, 자재 전문 계열사 태경이노베이션 등과 함께 태일씨앤티를 TK홀딩스로 확장하고 있다. 현재 연 매출 1,000억 원 수준인 태일씨앤티를 포함해, 향후 5년내 매출 5000억원 수준으로 몸집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건설업 하나로는 한계가 있다”며 “M&A를 통해 사업군을 확장하고, 글로벌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7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국내 건설사들과 함께 참여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 건자재의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전후 복구 사업이 본격화되면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태일씨앤티는 건설업계에서는 드물게 스타트업 투자도 병행한다. 대표적인 투자처인 로제타텍은 무선 화재 감지 시스템을 개발해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단순히 돈을 넣는 투자가 아니라, 건설 현장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기술과 스타트업과 함께 커가는 모델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