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관세 '시한폭탄'] 트럼프, 관세 서한에 “보복관세 불사” 더 세진 압박

8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8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이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14개 나라에 상호관세를 일방 부과하는 관세 서한을 발송하며 '반발시 보복한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명문화된 '보복관세 조항'이 공식 문서에 담긴 것은 이례적으로, 압박의 강도가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백악관이 7일(현지시간) 공개한 이번 관세 서한에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성 관세가 확인될 경우, 해당국에 대해 그 이상 수준의 상호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이나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등 일부 나라처럼, 미국의 관세 조치에 반발해 대응할 경우 관세로 추가 보복하겠다는 위협이다.

동맹인 우리나라와 일본을 예로 전 세계 각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번 조치에서 한국은 25%의 관세율이 유지됐으며, 일본은 기존 24%에서 1%포인트 인상된 25%로 상호관세율이 높아졌다.

[美 상호관세 '시한폭탄'] 트럼프, 관세 서한에 “보복관세 불사” 더 세진 압박

백악관은 같은 날 상호관세 유예 기한을 기존 8일에서 8월 1일로 약 3주 연장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이로써 서한을 받은 14개국은 한시적이나마 협상 시간을 확보했다.

반면 EU는 관세 서한 수신 대상에서 제외됐다. EU는 디지털세, 개인정보 보호, AI 규제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통상 갈등을 겪고 있다. 백악관은 이에 대한 별도 설명을 내놓지 않았지만, 미국 주요 언론들은 “서한을 받지 못한 국가는 기존 유예 시한인 8일 이후 자동적으로 상호관세가 발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연장 행정명령은 서한을 받은 14개국에만 적용된다”면서, “EU 등 비수신국은 8일부로 상호관세 부과 대상이 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도 관세 서한 수신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EU와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회담에서 상호 간 고율관세를 90일간 인하하고 후속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백악관은 “중국에 대해선 5월 12일 행정명령에 따른 기존 조치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행정명령상 예외국가로 분류돼 관세 유예가 지속 적용 중임을 의미한다.

미국이 이번 관세 서한을 발송하며 국가별로 관세율과 통보 방식을 달리 적용하면서, 단순한 무역보복을 넘어선 정교한 외교·통상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관세율 변동은 없지만 보복 조항이 명문화된 문서를 공식 수령한 국가이며, 일본은 소폭이나마 관세율이 인상돼 미국 측 불만이 직접 반영된 사례로 풀이된다. 두 나라는 공통적으로 국방비 인상과 농산물 시장 개방 등에 대한 미국 측 요구를 받고 있다.

EU는 공식 서한조차 받지 않은 채 유예가 종료됐을 가능성이 있다. 유예가 자동 종료되도록 해 EU의 반발 여지를 줄이는 한편, 실질적 압박 효과는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한편 관세 서한 대상 14개국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라오스, 미얀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카자흐스탄, 튀니지가 포함됐다. 이 가운데 한국·일본은 25% 관세가, 나머지 국가들은 25~40% 수준의 상호관세율이 개별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