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신·구 계파 갈등에 두 번째 혁신위도 흔들

국민의힘이 9일 안철수 의원 사퇴로 공석이 된 혁신위원장 자리에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선임한 가운데 당 안팎에서 혁신 요구가 거세지며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혁신위를 중심으로 당내 개혁을 주도하려는 구주류 계열은 물론 국민의힘 '소장파'들이 인적 쇄신과 당헌 개정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희숙 국민의힘 신임 혁신위원장은 이날 국회 본청에서 취임 소회를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국민의힘 혁신위는 매우 절박한 시점에 출범했다”며 “혁신이 성공하려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변화가 이뤄져야 하고, 어떻게든 그 기준에 부합하는 혁신을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의 주체는 당원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드린다”며 “혁신의 대상이든, 청산의 대상이든, 당원들이 당원 권한을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당 개혁을 위한 '전권'을 부여받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걸 따질 필요조차 없을 만큼, 저와 지도부 모두 현재 상황이 매우 절박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그런 인식은 이미 공유하고 있기에 전권 여부를 따질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안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며 “지도부가 함께 망할 작정이 아니라면 그 혁신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 비대위 회의 후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 비대위 회의 후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 비대위 회의를 열고 윤희숙 원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지난 7일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직후 지도부와의 갈등 끝에 전격 사퇴한 지 이틀 만이다.

이번 인선은 안 의원의 전격 사퇴로 촉발된 당내 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단행됐다. 안 의원은 대선 후보 교체 파동에 책임이 있는 이른바 '쌍권' 인사들의 인적 쇄신 등을 요구했으나, 지도부가 이를 거부하면서 혁신위원장직을 내려놓았다.

다만 윤 위원장은 인적 청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특정인을 향해 칼을 휘두를 권한을 우리 당원은 누구에게도 위임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소장파를 중심으로 혁신위가 실질적인 당내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 '언더73'의 진종오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혁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 '언더73'의 진종오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혁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는 진종오 의원과 박상수·송영훈 전 대변인 등 친한(한동훈)계 모임인 '언더73'이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 주권 확립을 위한 당헌 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당론과 원내대표 선출을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고, 시도당위원장도 당원이 직접 뽑도록 하는 내용의 '5대 개혁안'을 제시했다.

진 의원은 “전당대회가 4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위가 과연 국민과 당원이 납득할 수 있는 혁신을 이끌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며 “특히 후보 교체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이 없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수 전 대변인은 “윤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당원 주권 강화와 상향식 정당 구조 개편을 언급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며 “그 말이 허언이 아니라면 우리가 제안한 5대 개혁안부터 우선 수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용태 전 의원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안 의원의 결정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원조사조차 가로막힌 상황에서 5대 개혁안은 실현되지 못했다”며 “이런 환경에서 안 의원이 느꼈을 답답함이 충분히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개인 정치력만으로 풀 수 있는 국면이 아니다”라며 “당원과 지지층의 의견을 반영하고, 그 뜻에 따라 변화의 방향을 설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