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60명이 목숨을 잃은 인도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이 연료 제어 스위치 차단으로 밝혀졌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고는 지난달 12일 인도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에서 이륙해 영국 런던으로 향하던 에어인디아 171편(보잉 787 드림라이너 기종)에서 발생했다. 여객기가 이륙 직후 32초 만에 추락하면서 승무원을 포함한 탑승자 242명 중 241명이 사망했으며, 지상에 있던 1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도 항공사고조사국(AAIB)은 조사 결과 사고기가 이륙한지 3분 만에 엔진 연료 스위치 두 개가 거의 동시에 차단 상태로 바뀌었고, 양쪽 엔진에 연료 공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조종실 기록장치에는 조종사 한 명이 “왜 연료를 차단(cut-off)했느냐”고 묻자, 다른 조종사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답하는 대화가 녹음됐다. 이 중 누가 기장이고 부기장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조종사들은 연료 스위치 2개가 꺼진 지 약 10여 초 만에 다시 스위치를 켜서 재점화를 시도했다. 1번 엔진은 동력을 서서히 회복했지만, 2번 엔진은 동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한 조종사가 30여 초 만에 긴급 비상 신호인 '메이데이'를 수차례 외쳤지만 여객기는 결국 추락했다. 연료 스위치가 꺼진 시점과 비상 신호를 전송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3초에 불과하다.
조종사가 고의적으로 연료를 차단했는지, 기술적 오류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당 스위치가 '실수'로 꺼졌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입을 모았다.
항공기 사고를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항공 안전 전문가 제프리 델은 CNN에 “(두 엔진 스위치를 끄려면) 최소 두 가지 동작을 수행해야 한다. 스위치를 자신 쪽으로 당긴 다음, 아래로 눌러야 한다. 실수로 할 수 있는 동작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종의 연료 스위치는 두 조종사 좌석 사이, 비행기 스로틀 레버 바로 뒤에 있다. 실수로 닿거나 툭 건드리는 동작 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간단한 버튼이 아니기 때문에 델은 이번 사건을 두고 “기이한 일”이라고 말했다.
해당 비행편을 조종한 기장은 총 비행 시간 1만 5638시간으로 에어 인디아에서 비행 교관이기도 했다. 부기장은 총 3403시간의 비행 경험을 가지고 있다. 운전 미숙으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영국 가디언은 엔진 스위치를 끄는 과정이 주차할 때와 비슷하다고 설명하면서 “근육 기억처럼 자동적으로 작동한다. 조종사들은 랜딩 스위치를 올리고 스위치를 끈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선 랜딩 스위치가 올라가지 않았다”고 짚었다.
한편, 이번 예비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기인 보잉 787 드림라이너와 엔진 제조사 제너럴 일렉트릭(GE)에 대한 기계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 인도 항공당국은 수개월 내 최종 사고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