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가 한미 통상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지적한 비관세장벽 일부를 해소한다. 대신 미국에 25%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 50% 철강 관세의 폐기 또는 대폭 인하를 요구키로 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 “지금부터가 본 게임의 시작이다. 국익 극대화를 위해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미국과 주고받는 협상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우리나라 등 20여개국에 상호관세를 8월 1일까지 추가 유예하면서 협상안을 제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유예 중인 25%의 상호관세와 함께 자동차(25%)와 철강(50%) 등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품목별 관세도 받고 있다. 또 다른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의약품 등에 대해서도 품목별 관세가 예고된 상태다.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목표가 무역적자 해소라는 판단 아래,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를 줄이면서도 우리 산업과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배터리와 조선, 반도체, 군수산업 등이 대표적인데 우리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고 구매하는 등 미국의 제조업 재건을 도우면, 우리 경쟁력도 함께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정도로는 상호관세 철폐 또는 대폭 인하를 요구하긴 어렵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 때문에 미국이 문제 삼는 디지털 규제와 농산물 시장 개방 등 비관세장벽 일부를 협상 카드로 내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관건은 디지털·농산물 등의 비관세장벽 중 어느 것을 내줄지다. 국민 정서와 안보, 우리 기업 이익 등이 걸린 민감한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회 등과 협의해 상호관세 추가 유예 종료일인 8월 1일 이전 협상안을 만들어 미국에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여 본부장은 “일부 미국이 한국에 수출하는데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것으로 보이는 규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관계 부처, 이해관계자, 국회와 최대한 협의하고 비관세 장벽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안을 충실히 만들고 위임받아 협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지적하는 비관세장벽은 △정밀지도 반출 금지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망 사용료 부과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미국산 쌀 구매 할당제 등이다.
여 본부장은 “미국 측이 문제 삼는 일부 제도는 국내에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경쟁력 강화나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득이 될 수 있다. 전략적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민감한 내용이 있기에 국회나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의논해야 한다. 남은 20여일 동안 이 부분을 가속해서 우리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