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권위의 의료IT 단체에 첫 한국인 이사회 멤버가 탄생했다. 저평가됐던 한국 의료IT 역량을 인정받은 동시에 디지털혁신 위상을 높일 기회라는 분석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손명희 삼성서울병원 최고의료정보책임자(CMIO)는 최근 미국 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협회(HIMSS) 이사회에 신규 위원으로 합류했다.
1961년 설립된 HIMSS는 의료IT 분야에서 공신력이 가장 큰 단체다. 병원 디지털혁신 척도를 평가·인증하는 프로그램부터 정부·기업의 디지털전환 컨설팅, 정책 제안, 공동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HIMSS 주요 사업을 감독 및 의결하는 이사회는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이탈리아 의료기관인 GVM 케어&리서치 최고정보책임자(CIO)인 엘레나 시니가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세계 각국 정부기관, 기업, 병원 주요 임원이 이사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사회 멤버 임기는 4년이며, 연임할 수 있다. 아시아계로는 싱가포르 베네딕트 탄 싱헬스그룹 최고데이터책임자(CDO)가 유일했는데, 손 교수 합류로 2명으로 늘었다.
손 교수는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응급의학과 부교수와 병원 디지털혁신을 주도하는 CMIO 역할을 맡고 있다. HIMSS는 삼성서울병원의 디지털혁신 성과를 높이 평가하던 중 핵심 역할을 담당한 손 교수 역량을 높이 평가, 이사회 멤버로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삼성서울병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혁신을 빠른 속도로 달성한 의료기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초로 인프라, 데이터분석 등 HIMSS 인증 항목 4개 영역에서 최고등급(7단계)을 받았고, 디지털건강지표(DHI) 평가에선 만점을 획득했다.
손 교수는 HIMSS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며 조직 운영 전반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주요 사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우리나라 의료IT 수준을 높이기 위한 HIMSS와 협업 과정에서 연결 고리 역할도 집중할 계획이다.
손 교수는 “세계적으로 많은 의료기관이 비용부담이나 의료 접근성 등 문제로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도입을 어려워하는 것을 지켜봤다”면서 “HIMSS 이사회에 합류해 기술 도입으로 의료기관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많은 정책을 발굴하고, 목소리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손 교수의 HIMSS 이사진 합류가 우리나라 의료IT 위상을 높일 기회로 보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계명대 동산의료원 등 대형병원이 HIMSS 인증을 받는 등 디지털혁신에 나서는 만큼 성공 사례를 글로벌 무대에 알리고, 다양한 기업·기관과 협업할 채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HIMSS 이사회에 한국인이 첫 합류했다는 점은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병원의 디지털혁신 수준을 인정했다는 증거”라면서 “이를 계기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 병원 디지털전환 성공사례를 알리고, 협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