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11월 21일 밤 10시. 정부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외환시장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유동성 조절 자금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한다. 전례없는 한국 경제 최대 위기, 대한민국 '국가부도의 날'이었다.
한국 경제 위기는 1997년 초부터 시작됐다. 한보철강 부도를 시작으로 삼미, 진로, 기아 등 주요 기업이 줄줄이 도산했다. 설상가상 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지역 외환위기가 심화하며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고, 국내 외환 보유액은 바닥을 드러내 우리나라는 IMF에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대가는 혹독했다. IMF는 구제금융 대가로 대대적인 경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금융 시스템 개혁, 기업 구조조정, 공공부문 개혁이 주요 과제였다. 재계 서열 2위까지 올랐던 대우그룹도 해체되며 수많은 기업이 문을 닫았고, 실업자 수는 헤아릴 수도 없었다. 은행들은 기업 부실 직격탄을 맞았고,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로 대표되던 5대 시중은행은 합병과 해외 매각의 길을 걸었다.
실물경제 파탄과 원·달러 환율 폭등, 소비자 물가 상승 등 경제 위기는 청년 실업, 이혼 급증, 중산층 붕괴까지 수많은 사회문제로 이어졌다. 뼈아픈 시기 속에도 국민은 한마음으로 모여 금모으기 운동을 전개하며 나라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마침내 2001년 8월 23일, 우리나라는 IMF에 채무액 전액을 상환하며 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난다. IMF 구제 금융 국가 중 가장 빠른 사례였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