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 생겨도 할 말없어”... 베트남 현지인 폭행한 한국 여성

지난 11일 베트남의 한 즉석사진관에서 베트남 여성들을 폭행한 한국인 여성들. 사진=Z뉴스 캡처
지난 11일 베트남의 한 즉석사진관에서 베트남 여성들을 폭행한 한국인 여성들. 사진=Z뉴스 캡처
지난 11일 베트남의 한 즉석사진관에서 베트남 여성들(오른쪽 2명)에게 시비를 걸고 몸싸움을 벌인 한국인 여성들. 사진=Z뉴스 캡처
지난 11일 베트남의 한 즉석사진관에서 베트남 여성들(오른쪽 2명)에게 시비를 걸고 몸싸움을 벌인 한국인 여성들. 사진=Z뉴스 캡처

베트남 하노이에서 술에 취한 한국인 여성 2명이 현지 여성을 폭행한 영상이 확산되면서 현지인의 분노가 들끓었다.

15일 베트남 응우오이라이동(NLD)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9시쯤 하노이 미딘 지역의 한 즉석사진관 포토부스에서 한국인 여성 A씨가 현지 여성에게 시비를 걸고 몸싸움을 벌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인 베트남 여성의 페이스북 게시물에 따르면 베트남 여성 2명은 포토부스에서 요금을 지불한 뒤 정해진 시간 내에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러나 문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한국인 여성 2명이 사진을 빨리 찍으라며 욕설과 함께 베트남 여성들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계속된 재촉에 베트남 여성이 '아?'(Ua)라고 말하자 한국인 여성 A씨가 그의 뺨을 때렸다. 이어 베트남 여성의 모자를 거칠게 낚아채고는 주먹질과 발길질을 계속했다. 베트남 여성도 반격을 시도했지만, 이후에는 한국인 일행인 B씨까지 가담해 베트남 여성을 폭행하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베트남 여성 일행과 사진관 여성 직원들이 한국인 여성을 말리려 했지만 일방적인 몸싸움은 포토부스 밖까지 이어졌다. 결국 남성 직원까지 나서 한국인 여성들을 말린 후에야 폭행이 멈췄다.

폭행 장면은 사진관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녹화됐다. 베트남 여성 일행은 해당 영상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이 폭행으로 내 친구는 두통, 메스꺼움, 공황 상태에 빠져 음식을 먹거나 마실 수 없게 됐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하면서 현지에서는 '혐한' 수준의 공분이 일었다.

사건이 발생한 즉석사진관 체인에는 별점 1점 테러가 이어졌으며, 사건과 관계없는 한국계 인플루언서가 가해자로 몰려 신상털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사진관 측은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 대해 병원 검진 및 병원비 지원을 위해 병원에 가도록 요청했다”며 “가해자인 두 외국인 고객에 대해서는 베트남 거주 외국인 커뮤니티를 포함한 언론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한국 네티즌 역시 “나라 망신이다”, “혐한이 생겨도 할 말이 없다”, “출국 금지시켜야 한다. 벌써 한국으로 돌아갔을 것 같다”, “처음 본 사람을 저렇게 때릴 수가 있느냐” 등 반응을 보였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한국인 여성들의 신상이 온라인에 확산되기도 했다. 영상 속 한국인 여성이라고 주장한 네티즌은 “술에 취해 있었고, 베트남 여성들이 사진 부스에 너무 오래 있어서 그렇게 행동했다. 피해자와 합의해 치료비를 포함한 6000만동(약 320만원)의 손해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며 자신의 신상을 유포하지 말아달라는 글을 온라인에 게재했다.

그러나 베트남 여성은 “사진관이나 한국인 여성과 어떠한 합의도 한 적이 없다. 어떠한 보상도 받은 적 없다”면서 “사건이 더 커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우리는 둘 다 일로 복귀해야 한다”고 피로감을 호소했다.

하노이시 투리엠구 경찰은 관련 부서와 협력해 사건에 대한 정보를 조사하고 사실 관계를 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같은 날 태국에서도 한국인 관광객들이 난동을 부려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이날 태국 파타야의 한 식당에서 한국인 남성들이 몸싸움을 벌여 경찰에 체포됐다. 이 장면을 식당에 있던 다른 손님이 촬영해 온라인에 게재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남성들은 식당 측과 손해배상에 합의해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