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16일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포함한 4명을 1차 인적쇄신 대상자로 지목하며 “스스로 거취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지난 13일 “당이 이 지경에 이른 데 책임 있는 분들은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한 지 사흘 만에 구체적인 대상자를 공개한 것이다.
윤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와의 단절을 거부하고, 당을 탄핵의 바다로 밀어 넣고 있는 의원들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1차 인적쇄신 대상자로는 송 비대위원장과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을 지목했다. 이어 2차, 3차 대상자도 순차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과거의 행동은 그 시점의 잘못이지만, 그것을 현재 관점에서 반성하고 사과하며 새로워지려는 결단을 내리지 않는 것은 현재의 잘못”이라며 “이분들은 단지 사과하지 않는 데 그치지 않고, '사과가 필요하다'는 주장마저 비난하며 혁신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윤 전 대통령과 제대로 단절하라는 당원들의 열망을 배신하고, 오히려 더 가까이 붙으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며 “이는 광화문 광장의 세력을 당의 안방까지 끌어들인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 자리에 갔던 의원들께 묻고 싶다. 계엄은 계몽입니까? 아직도 추억입니까? 국민과 당원에게 계엄은 악몽일 뿐”이라고 반문했다. 이어 “당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린 중진 의원들이 혁신을 면피 수단으로 삼고, 과거로 회귀를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혁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거취를 묻는 질문에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 결단”이라며 “사퇴가 결단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는 앞서 안철수 의원이 혁신안이 수용되지 않자 위원장직을 사퇴한 것과는 대비되는 입장이다.
또한 계파 청산도 요구했다. 윤 위원장은 “절망스러운 것은 지난 3일 동안에도 계파 싸움이 계속됐다는 점”이라며 “3년 전에는 친윤계가 당 의사결정을 전횡하더니, 이제는 이른바 친한 계파가 '언더73'이라는 명찰을 달고 노골적으로 계파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는 20일 의원총회에서 의원 107명 전원이 계파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국민 앞에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 방안은 혁신위 내부에서 충분한 숙의를 거쳐 의결된 뒤 비대위에 보고되고, 비대위에서 최종적으로 확정된다”고 언급했다. 혁신위의 결정이 곧바로 당의 공식 입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이 인적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데 대해서는 “정확한 내용이나 과정, 취지에 대해 듣지 못했고, 어떤 상황인지 잘 알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