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전북대, 단일 시스템에서 상·하향 주파수 변환 동시 구현…세계 최초 실험 입증

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오느냐에 따라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독특한 파동 현상의 원인이 밝혀졌다. 향후 의료용 초음파 장비부터 소음 차단 기술까지 다양한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텍은 노준석 기계공학과 교수와 박사과정 장영태·오범석 씨, 김은호 전북대 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 연구팀과 단일 시스템 내에서 파동 방향에 따라 주파수가 달라지는 현상을 증명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최근 물리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게재됐다.

단일시스템에서 상·하향 주파수 변환을 동시에 구현한 연구팀. 왼쪽부터 노준석 포스텍 교수,  박사과정 장영태·오범석 씨.
단일시스템에서 상·하향 주파수 변환을 동시에 구현한 연구팀. 왼쪽부터 노준석 포스텍 교수, 박사과정 장영태·오범석 씨.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기술은 파동의 주파수를 바꾸는 원리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녹색 레이저 포인터는 보이지 않는 적외선의 주파수를 두 배로 높여(상향 변환) 녹색 빛을 만들고, 초지향성 스피커는 두 개의 초음파를 섞어 주파수를 낮춰(하향 변환)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낸다. 이들은 파동 세기가 커질수록 반응이 단순히 비례하지 않고 복잡하게 달라지는 '비선형성'을 이용하는데, 보통 파동 방향이 고정되어 있거나 복잡한 구조와 외부 조작이 필요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작은 구슬들을 연결한 과립형 '포논 결정' 구조를 설계했다. 이 구조물은 각 구슬의 연결 강도를 조금씩 다르게 조절할 수 있어, 같은 파동이라도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

양방향 비대칭 파동 현상 규명하기 위한 실험 개략도
양방향 비대칭 파동 현상 규명하기 위한 실험 개략도

이 시스템은 평소에는 에너지가 약한 파동을 거의 모두 차단하지만, 파동 세기가 강해지면 달라진다. 한쪽에서 들어온 파동은 주파수가 높아져 더 날카로운 소리가 되고, 반대쪽에서는 주파수가 낮아져 둔한 소리가 된다. 마치 같은 문이라도 앞에서 들어올 때와 뒤에서 들어올 때 다른 소리를 내는 것과 같다.

특히, 연구팀은 특정 진동수에서 구슬이 유독 크게 흔들리는 '국소 공명' 특성을 더해 '비선형성'과 방향에 따른 '공간 비대칭성'을 동시에 구현하고, 상향 변환과 하향 변환이 한 시스템 안에서 자유롭게 일으킬 수 있도록 했다.

이 기술은 지진이나 공사 현장에서 특정 진동만 선택적으로 줄이거나 의료용 초음파 진단 장비의 해상도를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앞으로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소리를 특정한 방향에서 감지하는 음향 기기나 아날로그 신호 처리 기술에도 활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론적인 가능성으로만 제시되던 개념을 실제 실험으로 입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라며 “차세대 주파수 변환, 신호처리 기술에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한편, 이 연구는 포스코홀딩스 N.EX.T Impact 사업, 한국연구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 지원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