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온플법 연기에도 불씨는 활활…업계 우려 고조

국회, 온플법 내달 심사…美와 통상 마찰 우려해 연기
민주당, 독점규제법보다 거래공정화법 우선으로 추진
美 CCIA “거래공정화법도 디지털 무역장벽의 일부”
업계 “이중규제”·학계 “온라인 서비스 전체 규제는 문제”
[이슈플러스] 온플법 연기에도 불씨는 활활…업계 우려 고조

국회가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심사를 다음 달로 미룬 가운데 플랫폼 업계에서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우선 온플법 중 '독점규제법'보다는 '거래공정화법'을 우선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거래공정화법 또한 다수 미국 기업이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통상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배달 플랫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플법에 수수료 상한제 등 내용을 반영할 경우에는 다른 분야의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온플법 논의, 통상 우려에 다음 달로…'불씨'는 여전

23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 22일 정무위원회 법안2소위에서 온플법안 17개를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논의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 달 온플법안을 재논의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통상 관세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 미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우선 논의를 유예한 것이다.

하지만 논의를 잠시 유예한 것인만큼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 민주당을 중심으로 다시 온플법안 입법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온플법 제정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에서 제시한 공약이며, 여당인 민주당도 입법에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온플법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공정화법만 추진해도 통상 마찰 '불가피'

민주당은 당초 미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위해 온플법안 중 독점규제법을 제외하고 거래공정화법만 논의할 계획이었다. 시가총액·매출 등으로 대형 플랫폼 사업자를 시장 지배 사업자로 지정하고 규율하는 '독점규제법'의 경우 구글·애플·메타·아마존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이 직접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통상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플랫폼 입점사업자의 권익 보호 등을 위한 거래공정화법의 경우 미국 정부와 통상 마찰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온플법 중 거래공정화법도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통상 마찰의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이 회원사로 참여하는 미국의 IT 단체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지난 9일 X에 올린 게시물에서 온플법 중 독점규제법뿐만 아니라 거래공정화법도 디지털 무역장벽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거래공정화법안을 소위에서 통과하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에는 강하게 반발하고, 미국 정부 또한 이를 문제삼을 가능성이 크다.

정무위원회의 일부 의원들이 주장하는 수수료 상한제를 법안에 담을 경우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같은 국내 배달 플랫폼뿐만 아니라 앱 마켓을 운영하는 구글, 애플도 범위에 포함된다. 민주당 내에서는 숙박·배달 플랫폼만 중개 수수료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었지만, 이렇게 법안을 추진하는 경우 국내 플랫폼 기업에만 규제를 적용한다는 역차별 논란이 불가피하다.

온플법을 배달 플랫폼을 규율하기 위한 법안으로 추진할 경우에는 정책이 엇박자가 날 수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배달 플랫폼을 규율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입점단체와 배달 플랫폼의 대화를 중재하고 있다. 배달의민족과는 이달 1만5000원 이하 소액 주문에 대해 수수료·배달비를 지원하는 중간 합의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의 과정을 뒤엎고 온플법으로 중개 수수료 상한제까지 법에 명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수료 상한제 자체가 대단한 정부 개입으로 과도하게 개입하면 (플랫폼) 시장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플랫폼 기업도 큰 기업만 있지 않고 중소 플랫폼 기업도 있는데 함께 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법으로도 플랫폼 규제는 가능…온플법은 '이중규제' 지적

플랫폼 업계에서는 공정거래법이나 외식산업진흥법 등 기존 법률로도 충분히 플랫폼을 규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행 법률로 플랫폼을 규제하는 상황에서 플랫폼 전반을 규율하기 위한 온플법 입법은 '이중규제'로 이어져 국내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도 온플법 보다는 외식산업진흥법 개정을 통한 배달 플랫폼 규제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온플법안에 대해 정부와 숙의하지 않고 여당 주도로 '입법 속도전'을 벌이는 것에 대해서는 업계 우려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온플법 중 거래공정화법은 우리나라의 경우 공정거래법이나 비슷한 내용의 약관이 있기 때문에 법안이 필요없다”면서 “그 분야만 특정할 수 있는 법안으로 규제하면 되는데, 온라인 서비스 전체를 조율하겠다고 하니 당연히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AI 진흥을 정책 전면에 내세우면서 각종 진흥책을 지원하는 가운데 AI 서비스의 핵심인 플랫폼 기업을 옥죄는 규제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것은 애플리케이션(앱) 레벨의 AI이며, 모든 앱 서비스를 총괄하는 것은 플랫폼 기업”이라면서 “(국내) 플랫폼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는 것에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