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의료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이 처음부터 병원과 솔루션을 함께 만드는 전략을 택해 주목받고 있다. 서비스를 개발해도 의료 현장 진입장벽이 높고, 의료진 신뢰를 얻기 힘들기 때문에 개발 단계부터 병원과 협업하고, 실증·임상을 함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YM헬스케어는 고려대 구로병원, 가천대 길병원과 재활 AI 디지털치료제 'ADEYE DTx'에 대한 탐색·확증 임상시험 중이다. 서울척병원에는 AI 근골격계 검진솔루션 '4DEYE Dx' 공급을 마치고 본격적인 상용화도 앞뒀다.
수술 후 또는 만성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중요한 건 꾸준한 재활운동이다. SYM헬스케어는 AI 기반 정밀 센싱으로 근골격계 기능 장애, 자세 불균형을 검출하고 환자 맞춤형 재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의사의 처방과 연동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환자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앱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와 차별화를 꾀한다.
오디엔은 병원 의료데이터와 디지털 치료제를 연계한 플랫폼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오디엔은 중증외상환자의 생체신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위험 상황을 조기에 감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응급실, 외상센터 등 긴박한 의료현장에서 의료진의 판단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종적으로는 병원 EMR(전자의무기록)과 연동해 디지털 치료제 처방부터 모니터링까지 통합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상용화 전 단계로 경희대병원과 긴밀히 협력해 임상을 진행 중이다.
AI 기반 구매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제로더는 병원에서 의약품, 의료소모품의 발주, 단가 비교, 재고 확인 등 복잡한 수작업을 간편하게 만들었다. 병원 의료정보시스템(HIS)과 연동해 이 과정들을 자동화했다. 보험 고시가격이 자동 업데이트되고, 악성 재고 점검, 자동 주문 기능 등이 포함됐다.
제로더는 대형 병원과 협력해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미국, 독일 등 해외 병원에서 사용하는 단체구매기구(GPO) 시스템과 유사한 구조로 확장성을 확보하고 있다. 단순한 AI 솔루션이 아니라 '병원 구매 생태계'를 함께 설계하고 있는 셈이다.
의료 AI 기술이 많이 발전하고 있지만, 외부에서 만든 서비스가 곧바로 병원에서 사용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의료 AI 스타트업들은 처음부터 병원과 함께 기술·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AI 기반 사전문진 플랫폼 기업 메디아크 역시 심토미의 문진 알고리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인하대병원, 미국 인디애나주 지역 대학과 공동 임상연구를 진행중이다.
서울바이오허브 관계자는 “AI 기반 헬스케어 기술이 초기 단계부터 병원과 협업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라며 “예전에는 기술이 완성된 뒤 병원과 논의했다면, 이제는 개발 단계부터 병원이 파트너로 참여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