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자] 이지영 KERI 항공모빌리티추진연구팀장 “우리 전기 파워트레인으로 달 탐사까지”

“우리나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여년 전부터 전기 파워트레인 국산화 연구를 묵묵히 해온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도심항공교통(UAM)과 같은 항공 모빌리티도 지금은 먼 미래 얘기로 들리지만 안전 규제 등이 해소되면 언제든 날아오를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겠습니다.”

이지영 한국전기연구원(KERI) 항공모빌리티추진연구팀장.
이지영 한국전기연구원(KERI) 항공모빌리티추진연구팀장.

이지영 한국전기연구원(KERI) 항공모빌리티추진연구팀장은 20년 넘게 모터를 연구한 과학자다. 일찍이 미래 모빌리티의 전동화를 내다보고 전기 파워트레인을 구성하는 핵심 기술인 전동모듈(전동기+인버터)과 발전모듈(발전기+컨버터) 국산화에 앞장섰다.

“1990년대 말 네오디뮴(Nd) 자석의 등장으로 모터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당시만 해도 모터는 가전제품에나 들어가는 부품이란 인식이 강했는데 모터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면서 이 정도면 자동차도 거뜬히 움직일 수 있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졌습니다.”

이 팀장은 당시 자동차 업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던 시절을 이렇게 술회했다. 실제로 테슬라 등장 이후 전기차는 단숨에 '대세'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완성차 업계 대응은 그 어느 나라보다 빨랐다. 전기차를 구성하는 주요 기술 가운데 한국은 배터리와 파워트레인 분야에서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에는 항공 모빌리티로 시선을 돌렸다. 당시 우버가 '플라잉 카' 진출을 선언하면서 UAM 등 항공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급부상했다. 아직 제대로 된 시제품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이 박사는 전기차 사례에서 경험했듯 앞으로 반드시 다가올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연구팀은 발 빠른 기술 개발 대응으로 내구성과 안정성이 뛰어난 항공 모빌리티용 전기 파워트레인 원천기술을 다수 확보하며 국내에서 가장 앞선 경쟁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팀장은 “항공은 육상보다 더 높은 안전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최근 규제 완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기대감이 커지는 추세”라며 “다만 국내에서는 항공 모빌리티를 시험 운행할 곳도 마땅치 않은 현실이고 무엇보다 기체 국산화가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항공 모빌리티를 넘어 우주 관련 프로젝트에도 착수했다. 달 탐사 '로버'용 전기 파워트레인을 국산화하는 프로젝트다. 2032년까지 한국형 달 탐사 착륙선을 쏘아 올린다는 우리나라 우주 개발 로드맵에서 달 표면 탐사 임무를 수행하는 로버 핵심 부품 내재화는 중요 변곡점 중 하나다.

최근에는 국내 유일 로버 제조 기업이자 G20 우주정상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UEL과 전기 파워트레인 관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향후 지속적인 공동 연구로 로버용 전기 파워트레인 분야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다는 목표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인력과 인프라를 활용하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KERI 스쿨 교수로도 활약 중인 이 팀장은 학생 연구원들에게 흔해 보이는 작은 부품 하나를 연구하더라도 자부심을 가지라고 늘 강조한다.

그는 “과거 모터 혁명에서 지금의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 축에서 거듭 진보를 이루면서 발전해왔다”면서 “우리 연구원은 물론 학생 연구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인류 발전에 이바지하는 주역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창원=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