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 회장은 29일 오후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이달 17일 대법원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사건에 대해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12일 만에 공식적으로 확인된 외부 일정이자, 첫 해외 일정이다.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고 경영 전면에 복귀하는 상징적 행보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 25% 부과 시한이 내달 1일로 다가온 가운데 우리나라가 협상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 및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 기술 협력을 제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전자의 현지 투자와 기술 협력은 협상의 주요 카드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등 삼성전자의 대규모 현지 투자, 현지 기업과의 기술 협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산업 부흥 정책, 투자 유치 전략에 부응하는 내용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행보가 한미 상호관세 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현지 반도체 생산 거점을 위해 370억달러(약 54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의 일환으로 내년 가동 개시를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앞서 28일에는 테슬라와 22조8000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 규모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부터 테일러 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AI칩 AI6를 생산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행보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육성 전략과 맞물리며, 우리나라에 대한 관세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적지않다.
이 회장이 출국한 것은 미국의 상호관세 뿐만 아니라 반도체 등 품목관세 부과에 따라 삼성전자 전 사업부가 감수해야 할 후폭풍이 지대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8월 초 발효가 예고된 반도체 품목 관세 역시 현지 투자 확대 등을 바탕으로 완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 회장이 반도체를 비롯 가전 등 미국 현지 공급망 기여도를 높이기 위한 해법을 제안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회장은 미국 방문 기간 현지에서 주요 파트너와 글로벌 비즈니스 협력 방안도 논의하고, 신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