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과학으로서의 교육정책

고영선 한국교육개발원장.
고영선 한국교육개발원장.

교육은 우리나라 발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정부는 어려운 재정상황 속에서도 교육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며, 일반 국민들도 대단한 교육열을 보여줬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여러 지표는 우리 교육의 현실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일례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로 파악된 학생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24년 평가결과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생 중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은 수학 12.7%, 국어 10.1%, 영어 7.2%에 달했다. 8명 중 1명이 중학교 때 이미 '수포자'가 된다는 것이다.

지역 간의 격차도 문제다. 대도시와 읍면을 구분해 볼 때, 수학의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은 대도시가 9.7%인 데 반해 읍면은 17.9%에 달한다. 읍면에서는 5명 중 1명이 '수포자'라는 것이다. 개별 학교와 개별 시·군·구의 학업성취도 평가결과가 공개되지 않아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유난히 수포자가 많은 학교나 지역도 있을 것이다.

대학은 어떤가? 우리 대학의 국제경쟁력이 낮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작년 타임즈 고등교육 순위(Times Higher Education Ranking)에서 세계 100대 대학으로 꼽힌 대학 중 우리나라 대학은 서울대 한 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86위의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상하이랭킹 세계 대학 순위(Shanghai Ranking)에서는 서울대(62위), 연세대(76위), KAIST(83위)의 3개 대학이 100위 안에 들었지만 우리나라의 인구 규모나 소득수준을 감안할 때 여전히 적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현재 교육부는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두드림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컬대학'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지만 그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기초학력은 개선되지 않고 있고 대학 경쟁력은 여전히 저조하다.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할 것인가? 물론 아니다. 그보다는 과거 정책의 성과를 평가한 후에 어떤 점에서 부족했고 어떤 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얻었는지를 파악해 정책을 꾸준히 개선해 나가는 관행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교육정책의 과학화'라고도 부를 수 있다.

교육데이터 기반 행정과학화.[교육부 제공]
교육데이터 기반 행정과학화.[교육부 제공]

교육정책의 과학화는 우선 정책목표를 선명히 설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교육학자 등 전문가와 일반 국민의 의견을 모아 교육정책이 어떤 목표를 추구할지 결정한다는 것이다. 기초학력 미달자 축소, 대학 경쟁력 향상 등이 그러한 예이다.

이렇게 정책목표가 설정되면 두 번째 단계에서는 정책목표의 달성 여부를 판단할 지표를 설정해야 한다.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처럼 이미 생산되고 공개되는 지표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표도 많을 것이다.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의 경우에도 아직 개별 학교나 지역별로 공개되고 있지는 않은데, 그러다 보니 정책성과를 분석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 지표는 최대한 자세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단계는 지표를 측정하고 다른 여러 변수와 결합하여 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는 단계다. 다른 요인을 통제했을 때 정부 사업이 얼마나 많은 추가적 영향을 미쳤는지가 분석의 핵심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성적 방법과 더불어 정량적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또 인과관계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해야 한다.

네 번째 단계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얻어진 결론을 바탕으로 사업구조나 집행체계를 바꾸고 끊임없이 정책을 개선하는 일이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보다 좋은, 다시 말해 보다 효과적이고 보다 효율적인 정책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나가야 한다.

물론 이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뚜렷한 목표와 지표 없이 정책을 운용하는 것은 계기판 없이 깜깜한 밤을 비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목적지로 갈 수도 없고, 산에 부딪혀 추락하기 십상이다. 또 축구경기를 하면서 득점과 실점을 계산하지 않고 선수들이 뛰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기가 끝난 후 우리 팀이 이겼는지 졌는지도 모를 것이다.

경제정책을 예로 들면, 국내총생산(GDP)은 측정상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벌목으로 환경을 파괴해도 오히려 목재값만큼 GDP가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또 가사노동과 같은 시장 밖 생산활동은 집계되지 않는다. 실업률이나 물가상승률 같은 지표도 각각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지표 없이 경제정책을 운용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교육정책에서도 몇 가지 핵심적인 지표를 중심으로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정책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지표를 측정하고 이를 분석하는 연구기능을 강화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데이터를 공개하여 국내의 많은 교수나 연구기관 종사자가 다양한 분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 서열화'에 대한 우려로 많은 데이터가 공개되고 있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다.

이러한 방향으로 교육정책의 과학화가 이루어지면 그 효과는 개별 정책의 개선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정책목표와 지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교육정책의 핵심 당면 과제를 보다 명확히 정의하게 될 것이며, 곁가지 과제보다는 핵심 과제에 관심과 노력을 집중하게 될 것이다. 또 현장의 교육청, 교육지원청, 학교에 더 많은 자율을 부여하는 대신 성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한다면, 교육 현장에서 보다 창의적이고 현장 적합성이 높은 방법을 찾아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교실을 살리며 교권을 회복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영선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필자〉 고영선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국무조정실 국무 2차장, 고용노동부 차관, 한국개발연구원 연구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경제와 교육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논리적인 해법을 중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교육부 교육발전특구위원회 위원장, 교육부 교육데이터전략위원 등으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