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15% 관세 타결…3500억달러 투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와 미국 간 관세·무역 협상이 종료 시한을 하루 앞두고 전격 타결됐다.

우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 및 자동차 품목관세는 각각 15%로 낮아졌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 규모는 3500억달러로 확정됐다. 또 농축산물 추가 개방, 디지털·IT 비관세장벽 철폐 등 미국 측 요구 사항을 상당 부분 방어했다.

한·미 양국 정부는 31일 미국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관세·무역 협상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및 관련 부품에 적용되는 품목관세도 현재 25%에서 일본과 동일한 15%로 인하됐다.

양국은 특히 반도체·의약품 등 앞으로 부과될 가능성이 있는 품목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는 '최혜국 대우'에 합의했다.

한국은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조성을 협상의 지렛대로 썼다. 이 중 1500억달러는 조선업 전용 특화 펀드다. 선박 설계·건조, 기자재, 유지·보수·정비(MRO) 등 전 생태계에 투자한다. 미국이 한국 조선 산업과의 협력을 희망하고 있어 우리 기업의 미국 조선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데 상당 부분 투입된다. 추가로 2000억달러 펀드는 직접투자·대출·보증을 모두 포함하며 반도체·바이오·원전·이차전지 등 전략 분야에 투입한다.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 규모가 실제로는 일본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 한일의 대미 무역흑자가 유사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 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실 투자규모는 일본(5500억달러)의 36%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합의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합의는 제조업 재건이라는 미국의 이해와 미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확대라는 우리의 의지가 맞닿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통상 협상의 핵심 품목이었던 쌀·쇠고기 등 농축산품 시장을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도 성과로 지목된다. 미국 측은 추가 개방을 거세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통상 당국은 한국이 이미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이고 농축산물 시장의 99.7%를 개방했다는 점을 내세워 미국 측을 설득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협상을 책임진 미국 측 각료와 우리가 나눈 대화에 쌀·쇠고기와 관련한 개방 논의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X(구 트위터)에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완전히 개방할 것이며,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또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입법 철회, 인공지능 칩(GPU) 구매 등 디지털·IT 분야에서의 미국 측 요구 또한 최종 타결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 실장은 “온플법은 협상 과정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최종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고 GPU 구매 요구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2주 내 미국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협력 방안 등을 추가 논의할 예정이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