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속도로가 스스로 판단하고 반응하는 시대가 열린다. 차량 중심 자율주행을 넘어 도로 인프라 자체가 판단과 제어 기능을 갖춘 '지능형 교통 인프라'로 진화하는 것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인공지능(AI) 기반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 구축에 속도를 낸다. 도로가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판단하고 사고를 예측해 대응하는 '스마트 고속도로' 구현이 목표다.
도로공사는 AI를 활용해 교통 흐름, 기상 변화, 돌발 상황 발생 이력 등을 분석하고 주요 지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체와 사고 가능성을 예측해 선제 대응에 나선다. 이를 통해 도로 인프라는 단순 정보 수집을 넘어 판단과 통제 기능을 갖춘 실시간 대응 체계로 진화한다.
C-ITS는 주행 중인 차량의 정보를 실시간 송출해 후속 차량이나 도로변 기지국이 이를 수신·전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돌발 상황 발생 시 후속 차량이 빠르게 정보를 받아 사전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도로공사는 지난 5월 수원에서 열린 ITS 아시아태평양총회에서 국내외 참관객을 대상으로 기술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친데 이어 현재 시범사업을 이번 달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전국 고속도로에 본격 확산을 위한 계획을 수립 중이다.
C-ITS가 상용화되면 2차사고 예방 뿐만 아니라 실시간 안전정보를 활용한자율주행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AI 기반 단속 시스템도 현장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 도로공사는 2023년부터 고속도로 진입 차량의 적재 상태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AI기반 적재불량 단속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은 영업소 진입 차량을 고정형 CCTV로 촬영하고 AI가 적재물 상태를 분석해 위험 가능성이 있는 차량에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실제 낙하물 사고 발생 건수는 2020년 1~3월 3530건에서 2024년 같은 기간 2465건으로 줄어들며 고속도로 안전 관리 효과가 입증됐다. 특히 자율주행 화물차가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미래에는 이 시스템이 진입 단계에서부터 적재불량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는 기능을 수행해 교통사고 없는 자율주행 시대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도로 운영은 미래 교통 시스템과도 맞물린다. 도로공사는 도심항공교통(UAM)을 활용해 고속도로 관리 효율을 높이고 고속도로 휴게소와 유휴부지에 버티포트를 구축해 지상 교통과 항공 교통이 연결되는 입체적 교통망을 조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구·경북 지자체와 협력하고 공공형 UAM 서비스 제공하고자 정부 주도의 UAM 지역시범사업 참여를 계획 중이다. 도로에서 하늘까지 연결되는 교통망은 단순한 인프라 확장을 넘어 국민의 삶을 혁신하는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도로가 스스로 사고를 예방하고, 차량과 소통하며 공공 서비스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국민 누구나 예측 가능한 교통환경 속에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