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K뷰티 숨은 공신, 'R&D'](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8/12/news-p.v1.20250812.9ffe95fe8c684628999cefbfe485df85_P1.png)
국내 뷰티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배경에는 보이지 않는 든든한 버팀목인 연구개발(R&D)이 있다. 기술력과 창의성을 무기로 각 사마다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며 K뷰티의 위상을 견인하고 있다.
최근 K뷰티 기업들은 유행만을 쫓는 트렌디한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고도화된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있다. 피부 과학을 접목한 기능성 제품부터, 특정 피부 문제 특화 제품까지 끊임없는 연구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왔다. 기술 중심의 성장 전략은 일시적인 K뷰티 유행을 넘어, 글로벌 뷰티 시장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K뷰티 R&D의 심장, 코스맥스·콜마
K뷰티의 성장을 이끄는 곳은 양대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다. 두 회사 모두 연매출의 5%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2024년 약 571억원, 2025년 1분기 약 155억원을 R&D에 집행했다. 연간 별도 매출 기준 약 5%를 R&D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신기술 개발로 얻은 수익을 다시 연구에 재투자한다.
코스맥스는 판교 R&I센터를 비롯해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에 R&I센터를 두고 있다. 전 세계 약 1100명의 연구인력이 활동 중이다. 서울대, 하버드대, 푸단대, 싱가포르국립대 등 국내외 유수 대학과 협력해 인종·기후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도 고도화하고 있다.
현재 피부 전달체, 마이크로바이옴, 신규 소재, 제형 기술, 안전성·규제·효능(SRE), 글로벌 트렌드, 친환경 포장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다. 3000여 종의 미생물 자원과 200건 이상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도 R&D에 접목했다. '스마트 조색 AI 시스템'을 개발, 딥러닝 기술로 색상 값을 수치화해 메이크업 제품 개발 과정에 적용, 연구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코스맥스는 올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랩을 세분화하고 PM(Pack & Mask)랩, PS(Package Science)랩을 신설했으며, 자외선차단제 전문 SUN랩을 독립·확대했다. 향후에도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화장품 시장 트렌드와 고객 요구에 대응하며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콜마는 2024년 R&D 비용으로 1392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2023년 1273억원보다 확대된 규모다.
한국콜마 R&D의 중추인 종합기술원에는 메이크업, 스킨케어, 퍼스널케어, 선케어, 피부천연물, 융합 등 6개 연구소와 분석연구센터·향료연구센터 등 2개 연구센터가 있다. 600여 명의 연구진이 기초 연구부터 제품화까지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수행한다.
특히 종합기술원은 국내 최초로 화장품·의약품·건강기능식품 연구소를 한데 모은 융합연구소다. 전국 11개 연구소를 한곳으로 통합해,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협력할 수 있다. 화장품과 제약·건기식 기술을 결합한 '세상에 없는 제품' 개발이 가능해졌다.
향후 한국, 미국, 중국 등 주요 거점 생산기지와 연계해 K뷰티의 DNA를 담은 제품을 전 세계에 공급하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
업계 관계자는“K뷰티 호황은 ODM사가 자체적인 연구개발 기술력을 토대로 혁신 제품을 개발하며 브랜드사와 공동성장한 결과”라며 “축적된 기술력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과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슈플러스]K뷰티 숨은 공신, 'R&D'](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8/12/news-p.v1.20250812.84ad808f9d984191abedde45dae21221_P1.jpg)
◇대기업 브랜드 주도 R&D
ODM 기업들이 K뷰티 기술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면,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애경산업 등 화장품 대기업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독자적인 연구개발 역량으로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피부 과학, 바이오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창적인 기술을 확보하며, 브랜드만의 시그니처 제품을 잇달아 선보여왔다.
아모레퍼시픽 R&I 센터는 1954년 한국 최초의 화장품 연구소로 설립됐다. 피부과학을 중심으로 화장품, 이너뷰티, 뷰티테크 등 다방면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 전략 수립부터 바이오 사이언스, 소재 개발, 세포 및 인체 효능 연구, 안전성·안정성·품질 분석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화장품과 의약외품, 기능성 식품, 뷰티 디바이스 등 다양한 제품 개발과 허가·법규 관련 업무도 담당한다.
R&I 센터에는 화학, 생물학, 의약학을 비롯해 기계공학, 심리학, 정보기술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500여명의 연구원이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역량을 접목해 방대한 데이터를 신제품 개발과 맞춤형 솔루션에 활용했다. 2024년 아모레퍼시픽의 R&D 비용은 약 1300억원으로, 매출 대비 약 3.5%에 달한다.
LG생활건강은 2024년 약 1604억원, 올해 1분기 약 389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매출 대비 약 3% 이상의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R&D 조직은 생활용품연구소, 화장품연구소, 건강기능식품 연구소 등 6개로 구성돼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 연구소와 글로벌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제형과 원료 개발, 향기, 패키징, 디자인으로 나뉜다. 대표적 연구 성과로는 10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차세대 안티에이징 성분 'NAD+'가 있다.
빅데이터와 AI 기술도 적극 접목하고 있다. 약 5만 7000명 동아시아인의 피부와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해 피부 타입별 맞춤 처방을 개발하고 AI를 활용해 신성분 후보 탐색 시간을 단축했다. 최근에는 화장품 연구 역량을 뷰티 디바이스와 융합해 AI 기반 스킨케어 솔루션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앞으로도 매출 대비 약 3% 수준의 R&D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북미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해 현지 고객 피부 특성에 맞춘 제품 개발도 강화할 예정이다.
애경산업 연구소는 독자 기술 개발과 차별화된 제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안전성 평가를 강화해 소비자가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특히 제형화 기술과 사용감 최적화 분야에 힘쓰고 있다. 2024년에는 매출 대비 2.54%인 약 17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디지털 혁신 로드맵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과정에 디지털 전환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효율성과 효과를 높이고 있다. 앞으로도 주력 브랜드인 에이지투웨니스(AGE20'S), 케라시스(Kerasys)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력을 집중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해 기능성 소재와 기초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R&D를 통해 자사만의 기술과 특허, 세계 최초를 만들어가는 혁신 기술이 나올 수 있었다”며 “안전성과 제품의 안정성을 고려하는 R&D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으며 지속적인 K뷰티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