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권석윤)은 정주연 바이오나노연구센터 박사팀이 폐암 세포만 정확하게 인식·공격하는 '나노바디(Nanobody)' 기술을 개발, 새로운 암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13일 밝혔다.
기존 항암제 부작용을 줄이면서 암세포 사멸효과는 극대화한 혁신 기술로, 비소세포 폐암 일종인 폐선암에 효과적이라고 평가받는다.
기존 폐암 항암제는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 탈모, 구토, 면역력 저하 등 부작용이 심각하며, 약물이 암세포에 정확히 도달하지 못해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폐선암 세포에서 많이 발견되는 단백질 'CD155'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초소형 항체 'A5 나노바디'를 개발했다.
나노바디는 일반 항체보다 크기가 약 10배 작아 몸속 깊은 곳까지 침투하며, 암세포 표면에만 달라붙는 정밀성도 뛰어나다. CD155가 많은 폐선암 세포에 선택적으로 붙어 암세포 이동·침투를 50% 이상 억제했다.
또 연구팀은 항암제인 독소루비신(DOX)을 담은 지방 성분 약물 캡슐(리포좀)에 A5 나노바디를 결합한 'A5-LNP-DOX'를 개발했다.
실험 결과 A5-LNP-DOX는 기존 방식보다 암세포 내부 전달 약물 양이 최대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정상 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암세포 사멸 효과는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실험과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모델을 활용한 실험 결과 종양 크기가 70~90%까지 줄었고, 세포 사멸 지표도 크게 증가했다. 또 주요 장기(간, 심장, 신장 등)에도 손상이 나타나지 않아 부작용 우려도 거의 없었다.
정주연 박사는 “이번 연구는 암세포를 정밀하게 타겟팅하고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한 것”이라며 “폐암뿐 아니라 다양한 암에도 활용될 수 있는 플랫폼 기술로 향후 정밀의료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