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정 발생 온실가스 더 쉽게 분해...에너지연, 新 촉매 개발

연구진이 개발한 다양한 형태의 촉매
연구진이 개발한 다양한 형태의 촉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이창근)은 이신근 CCS연구단 박사팀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중 발생 온실가스를 저온에서 매우 안정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 개발에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대한민국 주력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은 최근 인공지능(AI) 및 가상현실(VR) 분야 중요성이 강조되며 지속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대비 온실효과가 5000배 이상 높은 사불화탄소, 헥사플루오로에탄 등이 배출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연소, 플라즈마 방식 등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기술을 활용하고 있지만, 연소방식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고 플라즈마 방식은 전기가 대량 필요해 대용량 처리에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기존 촉매 반응 한계를 극복하고자 촉매 최적 조성을 적용하고 기존 촉매보다 저온에서 4000시간 연속 운전해도 성능이 유지되는 촉매를 개발했다.

연구진이 촉매 성능 실험을 하고 있다.
연구진이 촉매 성능 실험을 하고 있다.

사불화탄소와 같은 불화가스는 물과 작용하는 가수분해반응으로 분해된다. 불화가스가 저온에서도 물과 빠르게, 많이 반응하기 위해 촉매 내에 불화가스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 이 개념을 '루이스산점'이라 하며, 루이스산점이 많아지려면 촉매 내 아연 함량을 최적으로 맞추는 기술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촉매 내 포함된 아연, 알루미나, 인 등 함량을 최적화해 루이스산점을 최대화했다. 개발 촉매는 기존 촉매 작동 온도보다 50도 낮은 700도에서도 5000ppm 이상 고농도 사불화탄소를 98% 이상 안정적으로 분해했다. 작동 온도가 낮아짐으로써 에너지 효율은 기존 대비 10% 이상 상승했다.

개발 촉매 테스트 결과, 5000ppm 기준 4000시간 연속운전에도 촉매 성능이 저하되지 않아 장기 내구성을 확보했다. 상용 기준인 2000ppm 기준 1000시간 연속운전보다 두 배 이상의 성능을 달성한 것이다. 또 사플루오르화탄소 외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육플루오르화황와 삼플루오르화질소도 동시 분해가 가능하며, 펜타플루오르에탄과 같은 냉매 가스도 분해하는 것으로 확인돼 활용처도 넓어졌다.

연구진은 개발 촉매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촉매 생산에 압출 공정을 적용함으로써 활용처에 따라 촉매 형태·크기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반응 면적이 크고 경량화에 유리한 허니컴(벌집구조) 형태로도 생산할 수 있어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이신근 박사는 “개발 촉매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배출되는 다양한 불소계화합물을 비롯해 폐냉매 처리까지 가능한 다재다능한 촉매”라며 “반도체,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폐차장, 폐가전 등에도 적용할 수 있어 국가 온실가스 저감 목표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