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호 100대 사건]〈88〉머지포인트 사태

머지포인트
머지포인트

국내 선불결제 시장에 혁신을 주장하며 등장했던 머지포인트는 '포인트=현금'이라는 간편 결제 생태계를 꿈꿨다. 2018년 출시 후 다양한 온라인·오프라인 가맹점을 확보하며 단기간에 10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모았다. 특히 15~20% 할인 혜택을 내세운 '무제한 할인' 모델은 젊은 소비자에게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 모델은 구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 할인율을 감당할 충분한 수익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2021년 8월, 금융당국이 머지포인트의 전자금융업 미등록 문제를 지적하며 영업정지를 요구하자 사태는 일거에 폭발했다. 회사는 가맹점 결제 서비스를 전격 중단했고, 수백억원 규모의 소비자 피해가 현실화됐다. 사태 초기 머지플러스는 미사용 포인트의 90%를 환불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항의를 위해 본사를 찾은 일부 피해자에게만 소액 환불을 진행했지만, 약속했던 순차 환불은 자금 부족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머지플러스 경영진은 고객 자금을 부당 운용하고,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회원 환불액을 돌려막는 등 사실상 '폰지 사기' 구조가 드러났다. 검찰 수사결과 머지머니 구매자의 실제 피해액은 751억원, 머지포인트 제휴사 피해액은 253억원으로 나타났다. 권남희 대표는 머지포인트 사태로 사기 등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실형이 확정, 현재 복역 중이다.

머지포인트 사태는 '혁신적 결제 서비스'라는 외피 속 소비자 보호장치가 부재할 경우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건으로 기록됐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