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 만큼이나 자주, 역동적으로 강조하는 분야가 바로 'K컬처'로 지칭되는 문화콘텐츠산업이다. 출범 직후 얼마되지 않아 K드라마 '폭삭 속았수다' 제작진을 포함한 K콘텐츠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며칠전엔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제작진을 만났다.
이런 대통령의 관심과 애정은 국정 목표에도 반영됐다. 국정기획위원회를 통해 수립된 5개 국정목표, 123개 국정과제에 K컬처는 당당히 이름을 올렸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300조원 규모 가치창출 보고로 지정됐다.
이 K컬처 육성과 지원이란 막중한 책임을 가진 문화체육관광부 수뇌부가 상대적으로 무난히 인선됐음에도 불구하고, 부처와 손발을 맞춰 현장에 직접 뛸 주요 공기관장 인선은 그야말로 감감무소식이다. 벌써 지난해부터 이어진 빈자리가 1년 넘게 주인없이 비어있는 상태다.
기관장이 공석인 곳은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세종학당재단, 국립국어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5곳이다. 하나 같이 최근 '케데헌 신드롬'이 입증해주듯 전세계 K팝·애니메이션 앓이를 뒷받침해야할 관광, 콘텐츠, 한글, 출판분야 기관이란 공통점을 갖는다.
한껏 고무돼 들썩이고, 번잡하기까지 해야할 관련 현장은 조용하다. 기관장이 없으니, 원래 지원하라고 있는 예산쓰기도 껄끄럽고 사업 방향을 잡기도 망설여진다. 기관장 장기 공석 상태에 있는 직원들이 “기관장 인선 지연은 단순한 인사 공백이 아니라 사업 정체와 현장 신뢰 약화로 직결된다”는 목소리가 현장 분위기를 대변한다.
문체부는 올해초 잇따라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거쳐 최종 3배수 후보자 추천까지 받아놓은 관광공사, 콘진원부터라도 해당자가 없으면 다시 임추위를 가동시키는 조치에 나서야한다. 다른 공석 기관도 조속히 인선 절차 진행을 명확히 하는 속도를 보여야할 것이다.
지금의 글로벌 K컬처 열풍이 정부의 정책적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관련 분야엔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지원 예산이 존재한다. 1000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큰 바람'이 만들어진 이때 새롭게 콘텐츠분야에 진출할 작은 아이디어와 사업 기회를 육성하고, 그 산업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 소중한 예산이 그냥 금고에 잠겨 있다면 그야말로 천년기회를 놓치는 꼴이다.
문체부 장·차관이 결단하고, 인사권자인 대통령에 간청을 해서라도 지금의 문체부 공기관장 공백은 빨리 끊어야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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