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짝퉁 스벅·이케아'... 북한 상류층 생활은

북한 호텔. 사진=다리아 주브코바/뉴욕타임스 캡처
북한 호텔. 사진=다리아 주브코바/뉴욕타임스 캡처

북한에 상위계층이 이용하는 서구식 매장이 있다는 외국인 증언이 나왔다. 스타벅스와 이케아 매장을 연상시키는 판매점이 있는가 하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해 상품을 결제하는 고객도 있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북한을 다녀온 러시아 관광객, 스웨덴 마라톤 선수, 중국 유학생 등 세 명의 방문객으로부터 평양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입수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북한 평양의 쇼핑몰 '낭랑 애국 금강관' 내부. 스웨덴 가구 판매점 이케아 매장 구조와 흡사하다. 사진=뉴욕타임스 캡처
북한 평양의 쇼핑몰 '낭랑 애국 금강관' 내부. 스웨덴 가구 판매점 이케아 매장 구조와 흡사하다. 사진=뉴욕타임스 캡처
북한 평양의 쇼핑몰 '낭랑 애국 금강관' 내부. 스웨덴 가구 판매점 이케아 판매 상품과 동일하다. 모조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뉴욕타임스 캡처
북한 평양의 쇼핑몰 '낭랑 애국 금강관' 내부. 스웨덴 가구 판매점 이케아 판매 상품과 동일하다. 모조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뉴욕타임스 캡처

한 중국인 어학연수생 A씨가 촬영한 영상에는 '낭랑 애국 금강관'이라는 이름의 고급 쇼핑몰이 담겼다.

A씨는 가구와 주방용품, 식료품 등을 판매하는 이 쇼핑몰이 중국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북한판 이케아(스웨덴 가구 제조·판매업체)'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매장 구조와 제품들이 이케아 매장을 복사한 듯 닮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케아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포장, 상품명까지 같은 제품이 다수 있었다. 모조품인지 실제 이케아 제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 평양의 쇼핑몰 '낭랑 애국 금강관'에 있는 카페 '미래 리저브'.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과 구조 및 로고가 흡사하다. 사진=뉴욕타임스 캡처
북한 평양의 쇼핑몰 '낭랑 애국 금강관'에 있는 카페 '미래 리저브'.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과 구조 및 로고가 흡사하다. 사진=뉴욕타임스 캡처
북한 평양의 쇼핑몰 '낭랑 애국 금강관'에 있는 카페 '미래 리저브'에서 판매하는 음료. 사진=뉴욕타임스 캡처
북한 평양의 쇼핑몰 '낭랑 애국 금강관'에 있는 카페 '미래 리저브'에서 판매하는 음료. 사진=뉴욕타임스 캡처

해당 쇼핑몰 안에는 '미래 리저브'(Mirai Reserve)라는 이름의 커피숍도 있다. 스타벅스 프리미엄 매장인 스타벅스 리저브를 따라한 듯, 로고 아래에 리저브의 'R'이 적혀 있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북한 주민 1인당 평균 연소득은 143만원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래 리저브의 음료 가격은 커피 3잔에 25달러(약 3만 4000원)로, 한국 스타벅스 음료(아메리카노 톨사이즈 4700원)보다도 비싸게 책정됐다. A씨는 “보통 미국 달러로 결제하는데, 평양의 물가는 비싼 편”이라고 전했다.

유엔제재로 인해 외국 기업이 북한에서 사치품을 판매하거나 합작 사업을 벌이는 것은 금지됐다. 스타벅스와 이케아는 북한에 공식 판매 채널이 없다고 밝혔으나, 버젓이 '짝퉁' 매장이 운영되는 모양새다.

북한 평양의 한 노점상에 붙어 있는 디지털 결제용 QR 코드. 사진=뉴욕타임스 캡처
북한 평양의 한 노점상에 붙어 있는 디지털 결제용 QR 코드. 사진=뉴욕타임스 캡처

지난 4월 평양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북한을 찾은 스웨덴 선수 요한 닐란더는 수도에서의 결제 대부분이 스마트폰으로 이뤄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생수와 주스 등을 판매하는 노점상에서도 현금보다는 QR 코드를 이용한 디지털 결제를 선호했다”고 말했다.

닐란더는 “(북한에서는) 휴대폰이 일상생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전 세계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앱이 있다. 동영상이나 문자 메시지뿐만 아니라, 북한판 우버(차량 공유 서비스), 쇼핑앱 등이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북한이 공개한 대현 해변 리조트 단지 강원도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가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난 6월 북한이 공개한 대현 해변 리조트 단지 강원도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가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난 6월 북한은 리조트 프로젝트인 '원산 갈마해수욕장 단지'를 야심차게 공개했다. 와이키키 해변을 연상시키는 4km 길이의 모래사장을 따라 새로운 호텔들이 줄지어 들어선 모습이 인상적이다. 김 위원장은 당시 워터파크를 찾아 관광객들이 워터슬라이드를 타는 모습을 지켜보는 영상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북한 호텔 내부와 외부 전경. 사진=다리아 주브코바/뉴욕타임스 캡처
북한 호텔 내부와 외부 전경. 사진=다리아 주브코바/뉴욕타임스 캡처

원산 해수욕장은 지난달, 외국인 관광객 12명을 처음으로 맞았다. 여기에 초대된 러시아 출신의 수의사 다리아 주브코바(35)는 일주일 여행에 약 1400달러(약 194만원)를 지불했다고 말했다.

주브코바는 “리조트까지 우릴 데려다준 기차부터 호텔 객실, 그리보 해변 편의시설까지 모든 것이 새것처럼 보였다”면서 “나를 위해 그려진 그림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러시아에 없는 어그 부츠를 구입하기 위해 시내를 돌아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자신을 감시하는 듯한 느낌은 받지 못했지만, 어디를 가든 인명구조 요원이나 웨이트리스, 의사 등 직원들이 근처에 있었다고 전했다.

강동완 동아대학교 정치외교학 교수는 NYT에 “이는 북한의 이중성을 보여준다”면서 “북한 정권은 평양을 현대적인 도시로 과시하고 싶어하는 한편, 서구의 영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중성을 띤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