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콘텐츠 시장은 아직 (전 세계가) 동일선상에 있습니다. 열린 지 얼마 안 된 시장이기 때문에 K콘텐츠 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AI 콘텐츠 시장에서도 고품질 작품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국내 최초로 AI 필름메이킹을 도입한 권한슬 스튜디오 프리윌루전 대표는 27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문화산업고위급대화' 세션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권 대표는 민간 전문가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해 AI가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와 유통 전반에 미칠 변화를 소개했다. 그는 생성형 AI로 제작한 판타지 호러 영화 '원 모어 펌킨'으로 지난해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도 특별언급을 받았다.
권 대표는 “K콘텐츠는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검증된 만큼, AI라는 신시장에서 고품질 창작을 선도해야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다”며 “AI는 카메라와 CG를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창작자의 기획과 편집 역량에 따라 콘텐츠 품질이 달라지는 새로운 창작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프롬프트를 수백 번 수정하고 카메라 앵글, 무드, 조명, 움직임까지 디렉팅해야 한다”며 “결국 창작자가 어떻게 기획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AI 영화는 실사 영화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 미학을 가진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앞으로 2년 안에 실사와 구분되지 않을 수준의 장면 구현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형 데이터와 관련한 한계도 언급됐다. 권 대표는 “AI에 한국 전통 가옥을 입력하면 중국이나 일본 양식이 섞여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한국적 데이터셋 부족보다는 AI 표상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정부 연구개발(R&D) 지원을 받아 한국 문화 보존을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우리나라에선 AI가 생성한 하나의 영상 클립은 저작권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사람의 기획과 편집을 통해 완성된 최종물은 편집물 저작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저희가 풀 AI 영화 두 편을 편집물 저작권으로 등록한 선례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향후 권 대표는 세계 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60명 규모의 AI 아티스트와 테크니컬 아티스트를 고용하고 있다”며 “연말이나 내년 초 미국 지사를 설립해 글로벌 확장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주=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