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최종건·최종현 정신 담긴 '선경도서관'…SK 3대째 애향·인재 육성 뜻 잇는다

수원 선경도서관.
수원 선경도서관.

“선경그룹 창업자이신 고(故) 최종건 회장의 애향 뜻을 기리고, 수원시의 지역 발전 및 문화 향상에 기여하고자 수원선경도서관을 수원시에 기증합니다.”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 최근 명소로 떠오른 행궁 뒤편 자리 잡은 선경도서관 입구 표지석에 새겨진 문구다. 1995년 4월에 쓰인 이 표지석의 주인공은 고(故) 최종현 SK 선대 회장으로, 형인 최종건 회장의 애향과 인재 육성의 뜻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선경도서관은 어느덧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SK는 다시 25억을 기부, 리모델링을 지원하며 창업 회장과 선대 회장에 이어 3대째 뜻을 계승하고 있다.

◇250억원 투입된 선경도서관, 최종현·최종건 의지 남아

27일 찾은 선경도서관, 정원에는 최종건 회장의 동상이 눈에 들어왔다. 동상 앞 표지석에 '기업의 자산은 곧 사람'이라는 그의 신념이 새겨져 있다. 최종건 회장은 선경도서관 건립의 계기가 된 인물로,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수원에서 사업을 일으키고 구성원들에게 밤늦게까지 한글을 가르쳤다.

동생인 최종현 회장은 이 같은 형의 애향, 인재 육성의 뜻을 기려 250억원을 투자해 3층 규모의 선경도서관을 수원시에 기부했다. 개관 당시 도서 4만9598권, 비도서 2529점 등을 기증하기도 했다. 도서 구매비로만 8억원을 투자했다.

수원 선경도서관 정원에 서 있는  고(故) 최종건 SK 창업 회장 동상.
수원 선경도서관 정원에 서 있는 고(故) 최종건 SK 창업 회장 동상.

두 형제의 정신은 도서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선경도서관 1층 로비에서는 '사람을 키우다, 지식을 나누다 - SK 최종건, 최종현 회장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다. 두 회장의 인생과 SK의 성장을 설명하는 안내판과 책,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최종현 회장이 선경도서관 개관식에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선경도서관 관계자는 “최종현 회장이 점퍼 차림으로 도서관 공사 현장을 방문한 적이 많았다”라며 “선경도서관에 대한 애정이 크셨다”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기업 이름 가진 유일한 사례…기부 이후 투자도 처음

수원시에서 기업 이름을 가진 시설은 선경도서관이 유일하다. 수원시민들은 SK가 수원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기업이자 동반자라고 인식한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시 시설물 중 기업명이 들어간 것은 선경도서관 하나”라면서 “도서관을 건립하고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것 역시 최초”라고 설명했다. 이어 “SK의 기업이미지가 지역 주민들에게 긍정적으로 어필된다”라면서 “앞으로 선경, SK라는 이름은 수원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30년간 선경도서관을 이용했다는 수원시민 고영자씨는 “선경도서관은 저에게 키다리 아저씨, 친정집 같아 마음이 뭉클한 곳”이라면서“저희 아이들은 이곳에서 4000권의 책을 읽었고 학원을 따로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선경도서관 1층 로비에서 열린 '사람을 키우다, 지식을 나누다 - SK 최종건, 최종현 회장 특별전'
선경도서관 1층 로비에서 열린 '사람을 키우다, 지식을 나누다 - SK 최종건, 최종현 회장 특별전'

SK그룹이 개관 30주년을 맞이한 선경도서관에 25억원을 기부하며 최종건, 최종현 회장의 뜻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일부 노후화된 시설을 개·보수하고 시민과 함께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화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수원시는 SK의 모든 역사를 함께한 뜻깊은 도시”라며 “앞으로도 수원시를 비롯한 지역사회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겠다”라고 밝혔다.

수원=조성우 기자

수원=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