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양성 기계로봇공학과 교수팀이 미세유체 전기화학 임피던스 센서(MEIS)를 활용해 적혈구의 형태와 전기적 특성을 동시에 정밀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임상 혈액검사 수준의 주요 지표를 산출하는 기술을 구현했다고 3일 밝혔다.
MEIS는 미세유체 채널에 전극을 배치해 소량의 혈액이나 세포 현탁액이 흐를 때 발생하는 전기화학적 임피던스(전기 저항과 유전 특성)를 측정하는 장치다. 비파괴적이고 실시간 분석이 가능하다. 혈액검사와 세포 분석, 질병 조기 진단 등 차세대 바이오센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혈액검사는 환자의 적혈구 수, 혈색소 농도, 혈장 점도 등 다양한 지표로 빈혈·감염· 심혈관 질환 등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필수적인 검사다. 하지만 기존 장비는 많은 혈액 샘플과 고가의 임상 장비, 숙련된 인력이 필요해 분석 시간이 길고, 환자 곁에서 즉시 검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물을 많이 흡수해 부풀거나 반대로 수분을 잃어 쪼그라드는 상황 등 적혈구가 서로 다른 삼투 환경에서 어떻게 모양과 부피가 변하는지를 광학 현미경과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이어 전극이 부착된 미세유체 채널로 혈액 샘플의 전기적 반응을 다양한 주파수에서 측정해 세포 안팎의 변화를 보다 정밀하게 포착했다.

이를 바탕으로 혈장·적혈구 세포막·세포질의 유전 특성을 계산하고, 삼투압 변화에 따른 적혈구의 수축·팽창과 헤모글로빈 주변의 수분 상태까지 반영한 새로운 분석 모델을 제시했다.
그 결과 임상 혈액검사에서 사용하는 적혈구 수(RBC)·헤모글로빈 농도(Hb)·헤마토크릿(HCT)·평균 적혈구 헤모글로빈(MCV)·평균 적혈구 헤모글로빈(MCH)·평균 적혈구 헤모글로빈 농도(MCHC) 등 6개 지표를 산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임상 장비 분석값과 95% 이상 일치하는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혈장과 적혈구 내부 유체의 점도까지 평가해 환자의 건강 상태를 더욱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특히 기존 쿨터 계수기 방식이 단일 주파수에서 세포 용적만 추정했던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여러 주파수에서 전기 신호 변화를 종합 분석해 결합해 혈액 성분의 유전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기술은 기존 센서보다 한층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 혈액이 흐르는 동안 삼투 조건*의 변화를 전기적으로 감지하고 반영함으로써 안정적이고 신뢰도 높은 결과를 제공한다.
양성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혈액 속 수분 변화까지 반영해 혈액학적 지표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혈액 성분의 형태학적 변화와 전기적 특성을 동시에 정량화할 수 있어, 앞으로 실시간 혈액검사와 차세대 현장 진단 기기 개발로 이어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